메인

사설영귀
蛇洩影歸
조직의 규율 하나,
형제를 죽인 자는 죽음으로 댓가를 치뤄야 한다.
당신은 배신자이자 형제를 죽인 자, 듀 스토로즈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당신은 그를 쉽게 죽일 수 있나요?
총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만 할 뿐입니다.
몇 겹의 길을 지나, 몇 층의 건물을 올라.
마천루 위에서 마주한 듀 스토로즈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듀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야, 나를 죽여줘.
KPC Due Storoz || PC 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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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1. 폭풍전야(暴風前夜)
구질구질하게도 하늘이 흐려서 습하게 공기가 피부에 감기는 날입니다. 길거리 곳곳에 우산들이 꽃처럼 활짝 피어 있고, 제 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귀찮다는 듯 잰걸음으로 앞을 향해 가는 사람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찰박, 찰박 밟힐 물결 너머로 아직 이른 시간이라 켜지지 않은 네온사인 간판의 푸른 전등과 붉은 전등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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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주께서 부르십니다.’
당신은 약 십 분 전 들었던 말을 상기합니다. 얼굴이 익지 않은 사구자 하나가 다가와 전령이라며 건넨 말이었습니다. 산주의 부름이야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니 구태여 신경쓸 것이 되지는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 작은 사구자가 반드시 오셔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 어쩐지 이상할 따름이었습니다.
보통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는 것이 첫 번째요, 아까부터 팔끝을 거미처럼 기어다니며 소름을 돋게 하는 직감이 둘째였으므로.
라운지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벌써 여섯 시 삼십 오 분이었습니다. 산주의 부름을 따라 향해야 할 시간이죠.
닐
(시계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느리게 걷는 구둣걸음 소리가 한가한 공간을 얽어맵니다. 성기게 엮인 소리 끝이 타격음처럼 둔탁하게 갈라집니다. 산주실은 5층,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할 자리입니다.
그렇게 산주실 문앞에 도착했습니다.
닐
(똑똑. 문을 두드려봅니다.)
산주실에 도착해 문을 두어번 노크하면, 인기척과 함께 들어오라는 무언의 허락이 떨어집니다.
산주실은 수없이 드나들었지만 올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곳입니다. 검붉은 마호가니 나무로 된 바닥과 베이지색의 때가 타지 않은 벽지, 그 가운데 놓여 있는 검은색의 광택 있는 소파 끄트머리에는 금으로 조각된 용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고, 산주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것임을 아는 듯 여유로운 자세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메이링
앉으렴.
닐
(천천히 다가가 그의 앞에 앉습니다.) 네, 산주님. 무슨일로 닐을 부르셨나요?
산주가 좌측편에 찻잔 하나를 놓아주며 말합니다.
메이링
요즘 너희 애들의 관리는 어찌 되고 있니?
닐
음.. 여느때와 같이 잘 되어가고 있어요. (놓아진 찻잔을 들고서 고개를 숙인 뒤 한모금 마십니다.) .. 중요한 일이 있나요?
산주는 그저 웃음을 지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그러니 산주가 대답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메이링
얼마 전, 사고가 일어났다.
당신에게는 낯익은 일일진데도, 산주의 반응은 이전과는 다릅니다. 제법 진중한 것이 꽤 큰 일이 벌어진 듯합니다.
메이링
듀 스토로즈. 그 자가 어젯밤 홍곤 하나를 죽였더구나. 형제를 죽인 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기억하니?
닐
..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요? (제 귀에 들려온 말이 사실일까. 잠깐동안의 정적 뒤로 입을 열어 대답합니다.) ...죽음으로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이죠.
메이링
...그렇지. 기억하는구나.
듀 스토로즈.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는 최근 조직 바깥의 일에 더 관심이 많아보이지 않았던가요.
메이링
그 자는 형제를 죽이고 랑포회 쪽으로 달아났단다.
네가 그 자를 찾아왔으면 해.
뒤이은 말은 예상치 못한 것입니다. 당장 이틀 뒤에 산주 계승식이 열릴 예정인 지금은 더더욱.
닐
혹, 그가 형제를 죽인 이유는.. 산주께서도 알지 못하는 상황인가요?
메이링
이유라... 최근 랑포회의 조짐이 이상하다는 소문이 있더구나. 듀가 랑포회 쪽으로 도망쳤는데... 연관이 없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가주었으면 좋겠다.
닐
.. 알겠습니다. 닐이 가서 랑포회의 정보와 그를 찾아보는걸로 하죠. (협정을 맺은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일이 벌어지다니. 더군다나 연관되어 있는것은 듀. 그에게 제대로된 사정을 들은 뒤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을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리떼가 다시 고개를 쳐든다. 평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빠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산주 계승식을 앞뒀으니, 모두가 노출될 수밖에 없을 텁니다. 이 절정의 순간에 쳐들어오는 무뢰한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메이링
이틀 뒤, 산주 계승식까지. 그 때까지 해결되었으면 좋겠구나.
산주 계승식은 그랜드 리스보아 최상층에서 열릴 예정이야.
가봐도 좋단다, 내가 할 말은 그것 뿐이었어.
축객령입니다. 명백하게도 당신의 일을 주었다는 표식입니다. 여전히 산주는 옅게 미소짓고 있었으나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그 미소는 분명한 기쁨이 아닌, 앞날을 벼르는 칼날 같은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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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2. 동상이몽(同床異夢)
영인
오셨습니까.
다시 라운지에 도착하면 못 보던 사구자 하나가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낯이 익은 이 이는 얼마 전 랑포회에서 사류회로 넘어온 자입니다.
당신보다 반 척은 작을 키에 아직 살이 붙지 않아 메마른 어깨뼈는 얇은 티셔츠 위로 훤히 드러나 보입니다. 그런데도 당돌하게 당신의 눈을 마주하며 긴장해 굳은 등이 빳빳히 섰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거는 것입니다.
닐
이번에 저희쪽으로 넘어오신 분이시죠?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닐이에요. (앳되어보이는 그의 얼굴을 응시하다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영인
네. 영인입니다. 산주님께서 이번 일에 함께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짧고 간단한 자기소개입니다. 아까는 몰라보았던, 작은 서류봉투 하나가 사구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사구자는 곧 봉투를 묶은 끈을 돌려 풉니다. 죽었다는 홍곤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사진 몇 장이 전부입니다.
영인
들어보셨습니까. 요즘 배가 갈린 시체들이 랑포회 구역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말을요.
사구자가 말과 함께 건넨 사진에는 일견 참혹하다 말할 법한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대자로 드러누워 하늘을 본 채 배가 갈려 내장이 모두 적출돼 있는 어느 남자, 형체를 알 수 없이 배가 난도질당해 옆으로 기울어 앉아 있는 어느 어린애. 아이는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히 뱃가죽에 그어진 붉은 줄만은 확연히 보이는 임산부의 모습.
기이한 것은 그들의 신체 일부에는 반드시 노란 종이로 된 부적이 하나둘씩 붙어 있다는 점입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만 하다 할 수 있겠으나, 이 바닥에서 오래 구른 이에게 이정도는 되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죠.
영인
이쪽으로 먼저 가보시랍니다. 그 홍곤이 죽었던 자리와도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어느 문제던 시작점에 도착하는 것이야말로 절반은 풀어낸 것입니다. 당신은 사구자의 안내를 받으며 검은 차에 올라탑니다.
도착한 곳은 타이파에 위치한 어느 조그만 식당의 골목입니다. 사구자가 앞서 문을 열고, 그 뒤를 당신이 따라 내리면 코끝에 비릿한 비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시각은 오후 9시, 이 근처를 지나다니는 이라면 흑사회의 시간임을 알기에 함부로 근처에 들어서지 않을 길입니다.
비습한 길거리를 걷는 걸음은 거침이 없었고 그보다 앞서는 것은 근원에 대한 물음입니다. 대체 듀는, 어째서 제 형제를 죽였는가. 형제를 버릴 만큼 가차없는 이였는가?
골목은 굽이굽이 이어져 식당 뒷켠으로 닿았고 당신은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이곳이 그 홍곤이 죽은 곳입니다.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이 바닥에 남아 있었고 한켠에는 사람이 앉았던 것을 증명하듯 폴리스라인이 그늘져 메우고 있었으므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었으며, 존재하는 것은 바닥에 널부러진 [칼날조각], 그리고 [찢어진 종이] 몇 조각, 이쪽을 힐끔거리는 [신발 없는 어린애] 하나입니다.
닐
[칼날 조각]
무엇인가 단단한 것에 박혔던 듯 직각으로 부러진 칼날입니다. 아직 날이 무디지 않아 쉽게 손이 베일 듯합니다. 탐사자, 관찰판정.
cc<=65 관찰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칼날을 손끝으로 집어들자 칼등을 이어 새긴 문양이 보입니다. 칼날은 칼등 중간 부분이 부러져 있으며 여전히 핏자욱이 약하게 묻어 있습니다. 칼등에는 칼잡이 부분부터 굽이진 덩굴이 뱀처럼 서로를 얽고 있고, 그 덩굴의 끝에는 다리 여럿 달린, 쩍 벌린 주둥이가 톱니를 닮은 본 적 없는 기분나쁜 짐승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고 있자니 귀도(鬼道)에 홀리는 마냥 기분이 좋지 않네요.
닐
[찢어진 종이 조각]
무언가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기 힘듭니다.
[신발이 없는 아이]
아이는 당신의 부름에도 무엇이 그리 겁나는지 쭈뼛거리며 좀체 다가오지 못합니다.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사구자가 아이를 바로 부릅니다. 그러자 그제서야 다가오는 아이는 척 보기에도 겁을 먹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흰 얼굴에 동그란 눈이 순하게 처진, 어디 가서 착하게 살았노라, 이야기해도 믿을 만한 생김새입니다.
화령
...귀신 찾아요?
닐
귀신?.. 무슨 얘기일까요.
화령
귀신이요...! 내가 봤어요! 여기서 (핏자국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어떤 아저씨가 죽을때 내가 봤어요!
닐
(살해 현장을 목격했던걸까요. 아이가 무서워할까 살갑게 웃는채로 물어봅니다.) 그 아저씨가 죽을때 본 귀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하나요?
화령
으음.... 으으음... 그냥 어떤 언니였나...? 여기서 자꾸 사람이 죽는데 어른들이 다 귀신이 한거라고 했어요! 귀신이 아기들이랑 어른들이랑 다 잡아먹으려고 그러는거라고!
닐
음.. 그렇군요. 그외에 다른걸 본 적은 없나요? 기억나는 것이라던가.
화령
쩌어기~ (에어컨 송풍기 뒤를 가리킵니다) 저기에 제가 숨어있었거든요? 근데 어떤 아저씨가 날카로운걸로 언니를 막 아프게 했어요! 막 사...설영귀? 이런말도 중얼거리고!
막! 파랑색이 쫘안! 하고 나오기도 했고!
닐
날카로운걸 들고있던 아저씨는 도망갔나요?
파란색? 어디서요?
화령
(절레절레) 도망 못 갔어요! 그 언니가 아저씨 목을 막! (칼을 휘두르는듯한 행동을 합니다) 이렇게 했어요.
칼든 아저씨가 들고 있던 날카로운거에서요! 언니 몸에 들어가니까 파란색으로 빛났어요!
닐
혹시 그게 이거랑 같은 거였을까요? (이곳에서 발견한 칼날조각을 아이에게 보여줍니다.)
화령
으음... 그런것 같아요!
닐
그렇군요, 그럼.. 이걸 맞은 아저씨는 도망갔나요?
화령
언니는 도망갔어요!
닐
그렇군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근데 꼬마아가씨는 왜 신발이 없을까요? (흘끗)
화령
(따라서 힐끔) 잃어버려서 찾으러 나왔어요! 근데 엄마가 못찾으면 그냥 빨리 오라고 했어요!
닐
알았어요. 알려주어서 고마워요~. (끄덕이고서 시선을 돌려 자신이 발견한 종이조각을 좀더 살펴봅니다.)
어두워서 확실하지 않았지만 다시 보니 노란색의 종이입니다.
닐
(글씨같은 것은 도저히 읽을수 없을까요? 일단은 챙겨둡니다.)
화령
(기웃) 종이?
닐
혹시 이게 뭔지 아나요? (꼬마에게 보여줍니다.)
화령
음... 이거! 여기서 죽은 사람들한테 있던거랑 똑같은 색! 엄마가 부적이라고 알려줬어요!
닐
부적이군요.. 무엇에 쓰는 부적인지도 알고있나요?
화령
그건 몰라요... 근데 여기서 죽는 사람들한테 붙어있었어요! 막... (자기 배 쓰담) 여기도 비어있고 몸에 빨간점이 있는 사람들한테!
닐
빨간 점? (피를 말하는걸까.) 이 아저씨 말고도 다른 사람이 싸우는것도 본적이 있었나요?
화령
(절레절레)
닐
좋아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좀더 살펴볼게 있는지 둘러보다 없으면 자리를 뜹니다.)
당신에게도 이상한 일일까요? 하지만 아이가 본 것은 단편적이었고, 무엇보다 사설영귀(蛇洩影歸)라는 말은 생애 처음 듣는 말입니다.
이 곳을 모두 둘러볼 즈음, 옆에 있는 사구자의 핸드폰에서 작은 알림이 울립니다. 사구자가 누군가와 문자를 나누며 딴짓을 하다 눈이 마주치고는 머쓱하게 웃습니다.
뒤이어 주머니에서 눈깔사탕 하나를 꺼내어 아이에게 건넵니다. 그는 다음을 어찌할지 당신을 보며 답을 구하는 듯합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달은 머리 꼭대기 위에 떠올라 있습니다. 못해도 열한 시는 되었을 겁니다. 서서히 들어가야 할 시간입니다.
길을 돌아 나오려는 순간,
툭.
짧은 부딪침에 몸이 반사적으로 균형을 잡습니다. 모퉁이를 도느라 보이지 않던 자와 부딪친 탓입니다. 시선을 돌려 부딪친 이를 마주하면,..

???
죄송합니다.
긴 검은 생머리에 얕게 올라간 눈꼬리, 단정히 가다듬어진 눈썹과 흰 피부. 미인입니다.
그녀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용서를 맡겨놓기라도 한 양 태연한 태도입니다. 옆에 서 있는 사구자가 당신의 몸을 살피는 사이 여성은 다시 한 번 웃습니다. 이번에는 소리가 명랑합니다.

???
그리 세게 부딪치진 않았는데 유난이십니다?
그러고서는 콧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기세가 보통의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도, 제 앞의 사람이 공안이나 안전한 이일 리는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도. 탐사자, 관찰 판정.
그냥 미인이네요. 그녀는 곧 몸을 틀어 그 좁은 골목길에서 당신을 지나쳐 나갑니다. 사구자가 떠나는 그녀를 바라보지만 잡지는 않습니다.
영인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정중한 어투로 사구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합니다. 이왕 당신을 보필하라 시킨 것, 집까지 향하는 것이 이상할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옳을테니, 오늘은 피곤한 몸을 그에게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카오의 밤은 화려합니다. 차창 너머로 빛나는 간판들이 형체를 잃고 뭉그러져 비칩니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뺨을 스치는 것을 보아하니 곧 장마가 올 모양입니다. 이맘때 즈음에 오는 비는 진득하기가 늙은 노인네 못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한참이나 머물다 가는 법이죠. 탐사자, 지능 판정.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사구자에게 당신의 집을 알려준 적이 있던가요?
닐
영인. 혹시.. 당신이 랑포회에서 넘어오게 된 연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영인
...갑자기요?
닐
이렇게 함께 일을 맡게된 것도 인연이니 궁금해서요.
영인
큰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호수보다는 바다에서 노는게 더 이득이잖아요?
닐
큰 물을 볼줄 아는 분이여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제가 사는곳은 누구에게 전해들은 건가요?
영인
제가 모셔야하는 분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정이 끝나면 피곤하실텐데 편하게 모셔다 드려야하니까요. (걸음을 옮겨 차문을 엽니다) 이만 출발할까요?
거짓을 말하는것 같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피곤해보인다 정도입니다.
영인
따로 갈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열어준 차문 꼬옥 잡고 있기)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잘 보니... 얇은 티셔츠 아래로 어깨위 문신이 옅게 보입니다. 용? 뱀?
차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집으로 다다릅니다. 높은 건물의 창은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지만 정적에 가깝습니다.
영인
옷깃이 구겨지셨습니다. 잠시만요.
사구자가 당신의 왼쪽 옷깃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닐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가만히 옷깃을 내밀어줍니다.)
퍽 대담한 손길입니다. 제 얼굴을 한 대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일 짓임에도 사구자는 웃으며 손을 거두고 잘했냐는 듯 눈을 빛내어 올려봅니다.
영인
내일 뵙겠습니다!
닐
그래요, 수고했어요. (웃어주고서 걸음을 제 집으로 향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탑니다. 유연하게 길을 돌아 빠져나가는 차와 빠르게 사라지는 엔진음의 웅웅거림. 사람 하나가 비고 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완벽한 자정의 정음(淨音)입니다.
걸음을 옮기는 그 때.
듀
닐.
낯익은 목소리였고 이곳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소음입니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은…
그늘진 구석에 서 있는 듀. 당신이 그토록 찾던 이입니다. 그의 행색은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여전히 피투성이로 물든 셔츠 아래 엉성하게 혼자 감아놓은 듯한 붕대가 얼핏 비쳤고 낯빛은 전보다 조금 더 희게 질려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입술은 죄다 깨문 듯 피투성이였고, 옆구리에도 핏방울이 비쳐 보입니다.
닐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몇 초간 굳은 채 바라보다 다가가서 안색을 살핍니다.) 듀..! 어디에 있다가 돌아온 거에요..? 말 없이 사라져서 걱정했어요.. (그의 좋지 않은 낯빛과 행색을 보면 제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겉옷을 벗어 둘러주며 피투성이인 입가를 닦아줍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요?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던 그는 저항하지 않습니다. 한 걸음 다가서면 주황빛의 가로등이 얼굴의 절반을 비춥니다. 그것이 꼭, 고통으로 구겨진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듀
미안. 일이 좀 많아서 바빴어. 그래도 닐이 보고싶어서 이렇게 왔지.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눈만 끔뻑. 그렇게 한참 아무말이 없었다)
...닐. 나를 찾는 일을 맡았지?
닐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엉성하게 감겨있는 둥배와 옆구리의 핏방울을 보며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 네, 산주께서 당신을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듀
(옅은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형제를 죽인자는 죽음으로 갚는다. 난 네 손에 죽어도 상관없어,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나를 찾는 건 이틀 뒤인 산주 계승식이어야 해.
듣자하니 이상한 소리입니다. 저를 죽이되 그것에 기한을 두라는 말은. 당신의 시선이 정확히 그를 향하면 듀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어딘가 초연한 목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들리우는 소리 같습니다.
닐
.. 닐은 듀를 죽일생각 같은건 없어요. (그것이 규율이라 하더라도. 처음 자신에게 지령이 내려질 때부터 당신을 죽일생각 따위는 없었습니다. 제 표정에도 조금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하지만, 왜?) 왜.. 계승식이여야만 하는건가요?
듀
생각이 없더라도 해야하는 일은 피할 수 없잖아. (그늘이 드리워진 표정에 애써 웃어보였다.) ...아직. 때가 되면 말해줄테니 지금은 시간을 줘.
그리고 조심해. 랑포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곧 사류회를 칠거야.
닐
...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못하는것에 가까웠을까요. 시간을 달라는 당신의 말에 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랑포회가?.. 알았어요. 형제들에게도 전해둘게요. ..그럼 듀는 다시 다른곳으로 가는건가요?
듀
응. 하지만 금방 돌아올거야. 다시 찾아와서 나를 죽여달라 말할게.
그렇게 듀는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
숨결조차 두 사람 사이에서 흩어지지 못하고 뭉칩니다. 끈끈하게 이어진 두 사람 사이의 실타래는 팽팽히 당겨져 금방이라도 살결을 베어버릴 듯합니다. 다가오는 이와 물러서는 이. 혹은, 죽일 이와 죽여야할 이. 이분법적인 구도 속에 회색 지대는 없습니다.
순간입니다. 듀가 당신을 향해 손을 뻗은 것은.
그것은 당신이 빈틈을 보인 것이 아니거니와 듀가 미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낯은 한결 더 선명히 그가 성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뜯긴 줄 알았던 입술은 어디서 물리기라도 한 건지 너덜하기까지 했고, 뺨에도 온통 상처가 가득했으며, 옆구리에 튄 핏방울은 그의 것이었습니다.
분명 저 상처도 스스로 치료했을 겁니다. 그뿐일까요, 그는 손끝에도, 팔목에도 굵게 베였다 꿰매어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은 모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흉입니다.
듀
옷깃이 구겨져서.
그가 팔을 뻗어 왼편 옷깃을 매만집니다. 그러고는 당신의 손을 잡아당겨 그 위에 무엇인가를 올려놓습니다.
…도청기.
순간 탐사자의 머릿속에 방금 전 사구자의 말이 스칩니다.
영인
옷깃이 구겨지셨습니다.
당신의 옷깃을 만진 자야 눈앞에 있는 이 말고는 그 이 뿐이었으니, 이것이 어떤 의미로던 당신을 향한 공격임은 분명하겠죠.
닐
... (도청기를 보자 표정이 싸하게 굳었습니다. 영인의 행동이 제 머릿속에서 스쳐갑니다. 손에 든 도청기를 바닥에 밟아 부수고서 살풋 웃어보입니다.) ..고마워요. 상처는 치료받고 갈래요?
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바빠서 힘들것 같아. 그리고 이미 치료했는걸~
닐
... (당신에게 선명하게 남은 상처들을 눈에 담으며 작게 숨을 내쉽니다.) 죽었던 홍곤을 본 아이가 있더군요, 설명은 그 아이에게 어느정도 들었어요. 먼저 당신을 공격한 것은 그 홍곤이었죠?..
듀
한숨 쉬지 말고. 정말 괜찮으니까. (네 말에 시선을 피했다) 아... 아이한테 미안해지네. (네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천천히 그리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닐
지금 대답하기 힘든 질문일까요..? 그리고, 혹시.. 듀가 그 홍곤을 죽인 뒤에 이 부적을 붙여뒀었나요? (찢어진 부적 조각을 꺼내어 보여줍니다.)
듀
지금 알려주기 힘든 질문은 맞아. 부적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마주했다) 모르는 일이야.
닐
.. 그렇군요. 혹시 다른 이들도 해친적이 있나요? 어린 아이라던가. 임산부라던가.
듀
닐. 사류회의 기본이잖아. 어린아이와 여성은 공격하지 않는다. 내가 그랬을리가 있어?
닐
.. 그렇죠. 그건 랑포회쪽의 일이겠군요. 그리고 그 아이가 당신의 몸에 들어간 칼날이 푸른색으로 빛났다고 했어요. 이건 무슨 얘기인지 알고있나요?
듀
...
이만 가봐야겠다. 피곤할텐데 빨리 가서 쉬고. 잘 자, 닐.
듀는 그러고는 훌쩍, 당신이 잡을 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물러섭니다. 사라집니다.
눈앞에서 목적을 놓친 것보다도, 저 자가 드디어 미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떠난 자의 자리는 그림자만이 남습니다. 밤은 유난히도 더웠고 구름 하나가 유유히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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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3. 기이담(奇異談)
자정이 넘은 으슥한 시간입니다. 침대에 누워 선잠이 들 듯한 몸입니다. 축축하게 배어드는 땀이 자꾸만 머리를 적십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흐릿합니다. 몽롱한 정신 속 풍경 소리가 들립니다, 탐사자, 정신력 판정.
당신의 의식 너머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히도 자신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듯도 합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제 스물다섯번째 제물아, 들으라. 너는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의식은 점점 더 수몰됩니다. 이제는 무의식의 경계에 가깝습니다. 눈앞에 둥그런 달이 뜹니다. 그것은 환히 빛나며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방울 소리가 딸랑, 딸랑 연이어 들립니다.
코끝에 역겨운 짐승의 시취(屍臭)가 맴돕니다. 짙은 사향의 냄새를 닮은 듯도 합니다. 땅이 울리는 듯한 묘한 진동이 몸을 지배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붉은 천이 눈앞에서 나풀거립니다. 그것은 칼을 들고 춤을 추는 어느 무당의 옷자락입니다. 칼날 위에서 발을 들고 춤을 추는 미친 여자의 모습입니다. 풍경 소리가 귀를 따갑게 울립니다. 요란하게 부는 바람이 뺨을 때립니다.
그 둥근 달이 조금씩 베어삼켜집니다. 완전히 어둠에 젖어든 달이 모습을 숨깁니다. 삭입니다. 달조차도 고개를 들지 않는 때. 모든 하늘 아래 것들이 어둠에 삼켜질 때. 비릿한 피내음이 느껴집니다. 붉은 원이 달의 주변을 빙빙 돕니다. 아니, 그것은 하나의 톱니바퀴 같은 이를 드러냅니다.
열이 맞지 않는 이가 드러나고 달무리가 검게 변합니다.
작은 어둠이 그 가장자리에서 뻗어나와 팔이 되고, 가지가 되고, 나무처럼 벌어집니다. 그 중심의, 검은 파도 같은 눈과 시선이 마주하면 직감합니다. 저것은 당신을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미지의 것에게 노려지는 탐사자, 이성판정.
그 기대감에 젖은 입이 쩍 벌어져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기이한 꿈은 피할 수도 없고…… [탐사자, 이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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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4. 난위형난위제(難爲兄難爲弟)
그리하여도 아침은 오는 법입니다. 간밤에 악몽을 꾼 듯도 한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뒷맛이 더러운, 싸구려 사탕을 입안에 머금은 느낌.
그렇지만 일은 해야죠.
닐
(일어나서 씻은 뒤에 옷을 갈아입습니다.)
당신은 바깥에 나가기 위해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마칩니다. 그러던 중, 얼핏 거울 너머 자신의 몸 한켠에 붉은 자욱이 난 것을 발견합니다. 원형의 테두리 안에 제(祭)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살에 새기기라도 한 것처럼 짙어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자욱이죠?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던 자국인데요.
닐
...? (붉은 자욱이 새겨진것을 보며 의아해합니다. 제사라는 뜻의 한자. 꺼림칙함을 뒤로한채 바깥으로 향하고 영인에게 연락을 합니다.)
바깥으로 나서면 집앞에는 어느새인가 사구자가 기다렸다는 듯 서 있습니다. 연락할 필요도 없이 먼저 와있었나 봅니다. 간밤의 일이 기억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옷깃을 매만지던 그의 손길과 어느새 붙어 있던 도청기.
영인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가실 곳이 많습니다.
닐
그래요, 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었나요? 무슨 꿈을 꾸지는 않으셨는지요. (그에게 다가가며 인사합니다.)
영인
(뒤늦게 꾸벅 인사합니다) 어제 많이 피곤했는지 꿈도 안꾸고 푹 잤습니다.
닐
기억나세요? 어젯밤 제 옷깃을 정리해주신 덕에 부끄럽지 않게 집에 들어갈수 있었어요. (웃으며 말하고서 제 몸에 난 문양을 떠올립니다.) 전 이상한 꿈을 꿨거든요. 스물 다섯번째 제물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마침 제 몸에도 이상한 문양이 생겨서..
영인
(칭찬인줄 알고 머쓱하게 웃습니다. 올라간 광대를 보니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듯 합니다.) 어... 제가 꿈해몽은 못해서... (긁적) 문양이라면 어떤 문양입니까?
닐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인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나 합니다.) ..제사할때 쓰이는 듯한 문양이었어요. (제 옷을 조금 들춰 원형안에 祭 가 적힌 문양을 그에게 보여줬을 겁니다.)
영인
제사요? (보여지는 문양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표정은 고요함. 그것이 끝입니다) ...제 눈에는 그냥 문신같으 느낌입니다. 병원에 가보셔야겠네요. 아, 근데 오늘은 일정이 많아서 다음에 가셔야할것 같습니다.
그가 줄에 매인 서류봉투를 꺼냅니다. 보아하니, 몇 가지 자료를 추려온 듯합니다. 눈으로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최근 배가 갈려 죽은 시체들이 발견된 장소와 그 시체들을 목격한 자들의 위치가 적힌 문서들입니다.
사류회 사무실 아래 [식당], [골드캐슬 카지노], 그리고 [듀의 집]과 [랑포회 사무실]. 어디부터 가야할까요?
닐
(식당부터 가봅니다)
시작점에 도착했으되 다음 발판은 신중히 골라야 합니다. 그것이 어떤 길을 딛게 될 지지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걸음을 옮깁니다. 다소 따가운 이른 시간의 해가 우리의 눈가를 간지럽힙니다.
[식당]
익숙한 길이라고 다시 밟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가까운 곳으로부터 단서는 시작됩니다. 눈이 부드러운, 손가락 하나두개가 비뚤던 주인장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 곳에 있는 것은 낯선 얼굴입니다.
한
손님이세요?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하는 놈은 앳된 티가 얼굴에 가득 묻어나 있습니다.
한
지금 제가 대신 가게를 보고 있어서요. 음식 드시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법한 얼굴입니다. 익숙한 상관을 마주한 탓에 굳은 낯빛에 웃음이 어색하게 어립니다.
닐
여기서 얼마 전 시체들이 발견되었다고 들어서요. 그것에 관련된것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혹시 보고 들은것이 있으신가요? (살갑게 웃으며 마주합니다.)
한
아... 시체 그것때문에 오셨군요. 보고 들은것이라면... ...일단 앉아서 하는 것은 어떨까요? (엉거주춤하게 테이블 하나를 가리킵니다.)
닐
네, 그러죠. (테이블에 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어색한 그의 태도가 미심쩍은 기색입니다.) 흐음.. 그런데 원래 계시던 분은 어디로 가고 당신이?..
객을 맞이하는 따듯한 우롱차를 내옵니다. 청년은 어느새인가 조금 풀려진 얼굴로 헤헤, 웃습니다. 당신의 질문에 금방 다시 굳었지만. 그 역시 자리에 앉습니다.
한
아... 랑포회 녀석들이 가게에 자주 오고 있어 왔습니다. 저만 오는것도 아니지만요. 또, 사무실 아래라 제가 자주 오긴 합니다.
닐
.. 그렇군요, 처음보는 얼굴이어서요. (찻잔을 제 손 안에서 빙글 돌립니다.) 시체에 대한 것은 아는게 있다면 전부 얘기해주세요.
한
아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넘깁니다.) 시체...는 제가 본 적은 없습니다. 근데 요즘 랑포회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체와 연관있을까 싶네요.
닐
어떤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거죠? (차를 한모금 마시며 바라봅니다.) 시체가 발견된 장소가 이 식당 안인가요? 장소를 제가 한번 둘러봐도 괜찮을까요.
한
랑포회가 사류회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어서요. 아무리 형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자주 올 일이 있나 싶고... 유독 익숙한 얼굴만 옵니다. 가게에 들리긴 했지만 큰 소동이 없긴했어요.
시체는 여기가 아니라 뒷골목으로 알고 있어요.
닐
음.. 그렇군요. 확실히 조금 수상하네요. 혹시 그 익숙한 이들의 차림새가 어떤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한
어... 특이한 차림새는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얼굴? 심부름이라며 자주 와서 아마 지나가다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놈은... 최근에 본 놈이면 좀 맛이 간 것 같아보였습니다. 팔뚝에 큰 문신도 있었고요.
닐
정신이 이상해보였다는 뜻인가요? (약을 했던걸까요.) 혹시 체격이 마르고 머리를 한쪽으로 묶은 어린 남자를 본 적이 있는지요?
한
네. 뭐에 취했는지... 눈이 맛간 눈깔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에 식당 문 밖을 힐끔 보며 조심히 영인을 가리킵니다) ...저런 인상이요?
닐
.. 약을 한 상태로 사무실에 들렀다라.. 뭔가를 가지고 가던가요? 아, 네. 저런 인상이요. (문밖에 있을 영인을 조심스레 가리킵니다.)
한
저런 인상은 오늘 처음 봅니다. 새로 온 사구자인가요? (눈끔뻑) ...아! 둘이 와서 술을 마시더군요. 거나게 취해서 이런걸 두고 갔습니다. 영 꺼림칙해서 치워뒀는데 혹시 모르니 드리겠습니다.
남자가 건네는 것은 갈색의 가죽으로 덮인 작은 노트입니다. 익숙한 그림이 보입니다. 커다란 덩굴 아래 다리 여럿 달린, 쩍 벌린 주둥이가 톱니를 닮은 본 적이 없는 기분 나쁜 짐승. 어제 그 칼에 새겨져 있던 짐승이 지금 이 노트에 먹으로 번져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알 수 없는 언어가…
아닙니다.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닐
[핸드아웃 001]
…것의 피를 바쳐…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고… 총 구십 구 개의 제물을 바칠 때… 단 하나의 숨을 앗는 것으로 모든 의식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하단에 적힌 밑줄 그어진 문구.
[핸드아웃 001-1]
백 번째 제물은 반드시 의식이 치뤄지는 곳에서 그 칼날로 목을 따 죽여야만 한다.
이게 무슨 개가 짖는 소리란 말인가. 랑포회가 단단히 미쳤지 싶습니다. 제물이니, 피를 바치니 하는 이야기를 아직까지 믿고 있는 작태가 우습기도 하지만 챙겨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정신인 자는 미친 자를 이해할 수 없는 법이고 미친 자는 정상인 자의 판정 바깥에서 주먹을 날리니, 얻어맞지 않고 싶다면 가드를 올리는 수밖에요.
한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닐
.. 이건 분명히 도움이 될것 같네요. 고마워요~. (노트를 받아들고 챙겨둡니다.) 랑포회가 미신에 현혹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그것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르죠.
한
(칭찬에 기쁜지 잔뜩 풀어져 헤헤... 웃습니다.) 그 놈들이 미신에 현혹되어 있다는건 예전부터 항상 그랬으니... 딱히 놀랍지는 않습니다.
닐
음.. 그런데 혹시 이것에 대해 아시나요? (그에게도 자신의 문양을 보여줍니다.)
한
(가드올리기) 뭐하시는 겁니까!?!?
닐
... 싸우자는게 아니에요. 이 문양을 보세요. (제 자의 붉은 문양이 새겨져있는것을 가리킵니다.)
한
...아. (가드풀기) 문신 하셨습니까?
닐
... (웃으며 옷을 내리고 노트를 든 채 일어납니다.) 오늘 알려주신 정보들은 좋은곳에 이용하도록 할게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한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꾸벅)
가벼운 인사를 남기고 바깥으로 걸어나갈 때, 발치에 무엇인가가 채입니다. 금속성의 짧은 소음이 귀에 까실하게 박힙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열쇠꾸러미에서 떨어져 나온 흔적이 있는 열쇠 하나가 보입니다. 열쇠 표면에는 P, 단 한 글자만이 쓰여 있습니다.
닐
가벼운 인사를 남기고 바깥으로 걸어나갈 때, 발치에 무엇인가가 채입니다. 금속성의 짧은 소음이 귀에 까실하게 박힙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열쇠꾸러미에서 떨어져 나온 흔적이 있는 열쇠 하나가 보입니다. 열쇠 표면에는 P, 단 한 글자만이 쓰여 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청년이 다시금 거듭니다.
한
그거, 저희 가게 건 아닌데. 그 녀석들이 잃어버렸나?
닐
(열쇠를 챙겨듭니다.) 음? 그런가보네요.. p 라고 적혀있는데 무슨 뜻이 있을까요?
한
글쎄요... p... peanut? 모르겠습니다.
닐
(잠시 싸늘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웃어주곤 뒤돌아서 그대로 나갑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닐
(카지노로 향합니다.)
[골드 캐슬 카지노]
아직 빛나지 않는 네온사인과 그 아래 금색의 간판 하단에 휘갈겨 쓴 영어 글씨가 보입니다. ‘골드 캐슬 카지노’. 오랜 시간을 돌아 결국 사류회의 손에 들어온 곳. 끝끝내 올바른 자리를 지켜낸 것. 주사위는 결국 어디론가 멈추는 법입니다. 이 주사위는 굴러갔고, 보았으며, 안착했습니다.
깔끔하게 금색으로 도금된 벽을 지나 화려하게 대리석 세공이 된 바닥을 밟습니다. 구둣굽이 울리는 소리가 여즉 달궈지지 않은 판 위를 노다닙니다. 느즈막하게 뒤를 따라 몇몇의 추레한 행색을 한 사내들이 들어섭니다. 저들은 오늘 이 곳에서 돈을 잃을 겁니다. 목숨이나 보전하면 다행이겠죠.
판은 개장하지 않았고, 당신은 직원들의 이름을 눈으로 살펴봅니다. 탐사자, 관찰 판정.
지나가는 이들은 작게 고개를 꾸벅여 당신에게 인사하고, 당신은 그 속에서 셴이라는 이름을 기어코 찾아냅니다. 하나둘씩 모여 앉아 구경하는 개판(開板) 전의 풍경. 그 가운데 셴이라는 목격자가 서 있습니다.
닐
(그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숙여 인사를 건넵니다.) 반갑습니다, 전 닐이라고 해요. 당신은 셴이 맞죠?
셴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합니다.) 네, 직원 셴입니다. 어쩐일로 오셨나요?
닐
이 근방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셴
아... 그것때문에 오셨군요.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까요?
닐
셴씨가 아는것이라면 전부요. 보고 들은것까지 알려주신다면 더 감사하겠군요.
셴
음... (생각을 정리하는듯 눈을 굴립니다)
사건은 자정 즈음 일어났습니다. 무언가 축축한게 밟혀서 걷어차려고 보니 시체였죠. 볼 때부터 애는 없었고 이미 배가 다 갈려서 양수가 터져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발견한 때에는 숨은 쉬고 있었습니다. 죽어가던 여자가 이무기 문신이 있었다....는 말을 했었네요. 공안 쪽에서는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외에는 떠오르는게 없네요. 요즘 이상한 손님들이 많아 정신이 없어서.
닐
용의자에게 이무기 문신이 있었나 보군요. (그의 말을 들으며 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때즈음에 그 여성에게 부적이 붙어있었나요?
셴
네. 부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요. 워낙 정신이 없어가지고... 아마 공안쪽에서 증거품으로 가져갔을거라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부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네요.
아, 맞다. 듀씨가 방문하셨어요. 상처가 많으셨는데 괜찮으신가요?
닐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정도면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아요. (듀의 이름이 들려오면 제 손이 조금 멈칫거립니다.) 듀가 왔었나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가 이곳에 와서 무얼 하던가요?
셴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모르시나요...? 어... 오늘 이른 시각에 방문하셨어요. 자정이 막 넘은 시각으로 기억합니다. 랑포회 놈 하나랑 내기를 하셨는데 큰 점수차로 이기셨어요. 상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랑포회 녀석의 표정을 보니 걸면 안 되는 걸 걸었던 것 같았어요.
닐
.. 이겼다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다친채로 게임을 하다니. 다음에 보게되면 진지하게 말해봐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다른 얘기는 안했었나요? 어디를 간다던지요.
셴
(절레절레) 저랑 얘기할 틈도 없이 게임하시고 가셨어요.
더 할 얘기가 떠오르지 않네요. 어색합니다. 듀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으려나.
닐
(조금 어색하지만 그저 자연스럽게 미소짓습니다.)
셴
(눈 깜빡깜빡)
닐
그러고보니.. 셴씨는 듀랑 알고지낸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셴
어... 꽤 오래되었죠. 같이 사류회에 입양되어서 자랐으니까요. 아, 물론. 저는 금방 카지노 쪽으로 빠져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요.
문득 셴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요즘 이상한 손님들이 많아]. 그러고보니 식당에서 만난 사구자도 무언가 비슷한 결의 말을 하지 않았던가요?
닐
그렇군요.. 아, 그런데 요즘 다른분에게서도 이상한 사람들이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셴씨가 본 사람들은 어떤점이 이상했는지 말해주실수 있나요?
셴
시체 사건을 아는 놈... 아니 손님들인데 하나같이 이상했습니다. 눈빛이 여간 미친게 아니라니까요? 게임을 할 것도 아닌데 와서 구경만 하다 가더군요. 일반인인가 싶은데 서로를 홍곤, 초혜. 이렇게 부르는걸 보면 흑사회 사람같은데 말이죠. 확실하게 사류회는 아닙니다. 사류회에서 본 적 없으니까요.
닐
마침 약을 하고 사무실을 자주 들락날락 거린다는 랑포회에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요즘 그들이 이상한 미신을 믿는다는 소문도 있고, 관련되어 있는건가 보군요. (단체로 약과 미신이라. 조금 더 조사해본다면 실마리를 잡을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셴에게도 자신의 문양을 들춰 보여줍니다.) 이것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셴
약이요? 아무리 형제라고 하지만 약을 하고 형의 사무실에 오다니요. 아우가 그래도 되는건가요? 예절교육이 필요하겠네요. 미신이라면... 글쎄요. 그런데 제가 만난 손님들이 랑포회라고 특정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주변 자잘한 흑사회 소속도 있으니까요.
(덜거덕. 옷 끝자락을 잡고 내려 다시 가립니다) 뭐하시는...! (이 악물)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쫓겨나십니다.
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사류회 쪽에서도 잘 받아주시니 그런 꼴로도 드나들수 있는 거겠죠.. (작게 한숨을 쉽니다.) 그럼 둘중 하나이겠군요, 아니라면 둘 다이거나.. (제 옷이 내려가면 빤히 그를 바라보다가 괜찮다는듯 웃었습니다.) 아, 혹시 祭 라고 적힌 문양에대해 아는게 있으신지 여쭤보려고요.
셴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 역시 작게 한숨을 내쉽니다. 어쩌려고 그런 놈들을 아우로... 물론 덕분에 자신이 다시 사류회 아래에서 일할 수 있게되었지만 말입니다.) ...아! 시체의 몸에서 언뜻 문양을 본 것 같습니다. 그게 祭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시체의 특이점이라면 문양이 있던것 같다 정도네요.
닐
문양.. 그렇군요. 마침 제 몸에도 비슷한 문양이 있거든요. (다시 보여줄 생각은 없는듯 작게 웃음짓습니다. 시체들의 부적과 문양, 그리고 뱀이나 용을 닮은 문신과 짐승. 미신..이것들을 조합해보면 무언가 떠오를것 같기도 했습니다.)
문득 지난밤 골목에서 마주쳤던 미인이 생각납니다. 미인이었죠... 긴생머리... 흰 피부. 올라간 눈꼬리. 새침하게 웃는 입술. 그리고... 목에 있던 문신. 문신? 뇌리를 스치는 그녀의 모습에 문신이 있습니다. 이무기가 덩굴처럼 귀로 타고 오르는 문신. 이무기 혹은 잉어를 문신으로 새기는 자들. 용이 되고 싶어하는 자들. 누구였죠? 과거에 있던 것 같습니다.
닐
(용이 되고싶어하는 자들. 그것은 곧 랑포회를 가리키는 것이겠군요. 이곳에서 다른 할 일이 있는지 조금 더 둘러봅니다.)
랑포회가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처음인듯 합니다.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네요. 당신이 주변을 더 둘러보면 셴은 자신을 언제까지 붙잡아둘거냐는 눈빛으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곧 개판할 것이고 이 카지노의 직원으로써 가서 일하야할테니까요.
닐
아,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알려주신 것들은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할게요. 그럼 이만, (인사를 건네는것을 끝으로 카지노를 나옵니다.)
큰 소득은 아니나 자잘한 기회는 될 내용들입니다. 듀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
당신은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리고 문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의 중얼거림이 들립니다. 매캐한 담배냄새가, 아니 마리화나 냄새가 풍겨옵니다. 어젯밤 내렸던 비는 이미 모두 말라붙어 그들의 불씨를 꺼줄 것이 못 됩니다. 거미 한 마리가 가로등 너머로 기어 내려오는 것이 보입니다. 뒷소문이란 생각보다 넓은 법입니다. 탐사자, 듣기판정.
조직원 1
“오늘도 그새끼들이 그랜드 리스보아에 갔어?”
조직원 2
“그래서 내가 지금 못 가잖아, 마천루에.”
조직원 1
“왜, 그냥 올라가지.”
조직원 2
“이상해, 그 새끼들. 요즘 떼거리로 몰려다니는데 진짜로 미친놈들 같아. 랑포회가 제정신 아닌 건 알았는데, 요즘은 랑포회 아닌 새끼들도 섞여 다닌다니까.”
조직원 1
“랑포회 아닌 새끼들?”
조직원 2
“너, 망리회라고 아냐? 거기 새끼들이랑 좀 노는 것 같던데.”
조직원 1
“그 새끼들이 거기서 뭘 하는데? 그래봐야 관광지 아니야?”
조직원 2
“관광지인데… 듣자하니 가장 윗층 VIP 룸에서 하루종일 처박혀 있다는 것 같던데.”
흥미로운 얘기입니다. 헛소문일수도 있지만요.
이제 어디로 갈까요?
닐
(사무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랑포회 사무실]
마카오 남부 근처의 어느 사무실은 몇 차례 일을 위해 들렸던 곳이라 낯이 익습니다. 깔끔히 닦인 유리가 반짝이는 엘리베이터가 중심에 호화스럽게 설치돼 있고, 흑요석을 깐 바닥이 누군가의 눈처럼 검게 자신들을 비춥니다.
지나가는 놈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미간을 구깁니다. 그야, 저들에게는 치욕이고 굴욕일테니. 그러나 상관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들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탐사자, 듣기판정.
언성을 높이지만 웅얼거리는듯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조직원 3
“...사류회 새끼들, 씨발 재수없기로서니 여기엔 왜 오는 거야.”
“저 개새끼들 면상을 한 대만 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조직원 4
“산주께서도 너무하시지, 차라리 뒤지면 뒤졌지 왜 저새끼들이랑…”
조직원 3
“그러니까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는 놈들이 나타나는 거 아니야.”
...입이 험하네요. 아우가 이래도 되는걸까요?
닐
아우가 형 앞에서 입이 거치시네요. 이러자고 랑포회와 형제회를 맺은건 아닐텐데.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나 봅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듯 슬금슬금 자리를 떠나네요.
영인
저... 쯧쯧...
닐
잘 따라오고 있으셨군요.. (마찬가지로 기분이 안좋아보입니다.)
영인
모셔야하는게 제 일이니까요. 여기서는 랑포회 산주를 만나시면 됩니다. 문 앞까지는 같이 가지만 산주실 안으로까지는 같이 못 가드릴것 같습니다.
닐
괜찮아요, 여기까지 바래다주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끄덕이고서 산주실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나올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요?
영인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산주실에 도착하면 사류회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깁니다. 검은색 바닥에 붉은색 벽지, 벽지 곳곳에는 이리 문양이 금실로 감쳐져 있고, 은빛으로 빛나는 짐승의 이 조각이 산주실 가운데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랑포회의 산주가 있습니다. 밝은 얼굴로 반기는듯 하지만 그의 낯은 불쾌감이 서려 있습니다.
랑포회 산주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닐
랑포회의 산주님, 반갑습니다. (고개를 꾸벅여 인사를 건넵니다.) 다름아닌 이 근처에서 발견되고 있는 시체들에 대한것을 여쭤보러 왔습니다.
랑포회 산주
(의자에서 일어나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앉으라는듯 소파 하나를 가리키고선 털썩 앉습니다.) 최근 랑포회 구역에서 벌어진 사건들 말씀입니까.
닐
네, 맞습니다. (그가 가리킨 소파의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부적이 붙은 채 배가 갈려서 발견되는 시체들에게 유사한 점들이 꽤나 있더군요. 산주님께서는 아는것이 있으신가요?
랑포회 산주
저희 구역에서 일어났지만 저희 쪽은 모르는 일입니다. 우연 아니겠습니까?
닐
최근들어 사류회의 사무실에 약에 취한 랑포회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는게 없으신가요?
랑포회 산주
...하...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애들 단속에 더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다른 조직 놈들과 붙어다니는가하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 것 같군요.
닐
산주님으로써 자신의 조직원들에 대한것은 꿰고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무지하시군요. 망리회에 대한것은 알고 계신가요?
랑포회 산주
최대한 꿰고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부하들이 보고 하지 않은 사항들은 제가 모두 알아차리기 어렵죠. (망리회라는 이름에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망리회... 3년전에 망한 조직 아닙니까? 자주 마찰이 있었지만 작은 조직이었죠. 제 기억으로는 망리회는 삭이 되어야 힘을 쓴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삭을 맞이하다 교주... 그러니까 산주가 죽었지만요. 딸이 산주를 물려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닐
삭을 맞이해야 한다 라.. 그럼 그들은 다른 조직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자멸했다는 뜻인가요? 그 따님분이 물려받은 뒤로는 그들의 행방이 어떤지 알고 계신가요?
랑포회 산주
자멸했는지 공격이었는지 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작은 조직이었는데 망하건 말건 저희 상관이 아니지요. 그 여자랑은 안면만 튼 정도입니다. 안부 나눌 사이는... 아, 언젠가 신이 자신을 구원할 것이라면서 온갖 미신에 기대 여자고 어린애고 가리지 않고 납치해다 죽인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보인다는 시체들도 어린아이나 여자가 많네요. 망한줄 알았는데 어디 숨어 지낼수도 있겠군요.
닐
그렇군요. 랑포회의 인원들이 망리회로 보이는 자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랜드 리스보아 맨 상위층에서 자주 어울려 논다던데요? 이상한 약에 쩔어있는 채로 말이죠. 혹시.. 평소에도 랑포회의 조직원들은 약을 자주 하는지 궁금하군요.
랑포회 산주
하... 그것들이랑 어울려 얻을게 뭐가 있다고... (중얼거림이었습니다. 꽤나 골치아파하는 모습입니다.) 약을 하는건 개개인의 일이라 신경쓰지 않습니다. 일처리만 잘한다면 약을 하던 말던 제가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여겨서요. 물론, 사류회에게 피해가 간다면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랜드 리스보아는... ...이 역시 단속 하겠습니다. 또... 사류회를 믿으니 조언 하나 드리지요. 그 주변을 조심하십시오. 삿된 기운이 느껴집니다. 미신이라 믿으시면 어쩔 수 없지요.
닐
산주님께서도 모르고 계셨던 부분이군요. 미신따위를 믿는 이들과 어울리면 그리 좋은 영향이 있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앞으로는 조금 힘써주셔야겠어요. (단속하겠다는 말에 미소지으며 고개룰 끄덕입니다.) 아직 그 주변엔 가보지 않았는데, 가게된다면 조심하지요. 그리고.. 혹시 (홍곤옆에서 발견했던 칼날조각을 꺼내 보여줍니다. 톱니같은 주둥이의 기분나쁜 짐승이 그려진.) 이 무늬를 알고 계신가요?
랑포회 산주
네. 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칼날을 확인합니다. 고개 갸웃) ...글쎄요.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한 무늬이군요. 주술에나 쓸 것 같은데...
닐
음.. 죽어있는 시체들에게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시체에는 祭 라고 적힌 문양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건지 아는바가 있으신가요?
랑포회 산주
전혀 없습니다. 무슨 주술도 아니고... 아. 주술 관련해서는 묻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랑포회가 미신, 주술 이런걸 좋아한다고 해도 제 아버지대에서 끝났습니다. 저는 전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닐
아는것이 있으신가 보군요.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 말하기를 꺼려하는 거라면 조금 곤란한데요.. (흘긋 당신을 바라보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그러쥐며 애원해봅니다.) 작은 정보여도 좋으니 산주님이 아는것들을 알려주세요.
랑포회 산주
(손을 잡는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 상체를 뒤로 뺀다고 한들 잡힌 손을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짚습니다. 저렇게 부탁하는데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망리회의 산주가 교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주술 관련한거라면 망리회와 연관된 일이겠죠. 물론 이 칼날이 그 주술에 사용되었던 것일지 그저 무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구역에 있는 펜하 성당도 과거 망리회가 점거하던 지역입니다. 지금은 저희 구역이지만 아마 과거 거기서 망리회가 주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닐
(제 애원이 통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습니다. 펜하성당, 아마 그곳에 가면 망리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을 것 같았죠. 그제서야 당신의 손을 놓아주고는 미소짓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혹시 이무기 문신에 대한것을 아시나요? 몸에 그 문신을 새기고 있는 이들을 몇몇 본적이 있어서요. 특히나 저에게 왔던 영인이라는 이에게도 있는걸 봤죠.
랑포회 산주
(어색하게 손을 거두며 소파에 편하게 기댄 상태로 당신을 봅니다.) 형제끼리 숨기는게 없어야 믿음을 줄 수 있으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무기라면... (그가 무언가 중얼거립니다.) 망리회의 산주가 이무기 문신을 하고 있죠. (탐사자, 듣기 판정)
그가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닐
망리회의 산주에게 있는 문신인데, 랑포회에서 사류회로 넘어온 자에게 그 문신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시겠나요? 어찌보면 소속이라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랑포회 산주
글쎄요... 원래 망리회의 소속이었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소속을 옮기는 일이야 꽤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아직 문신을 지우지 못했을수도 있고... 망한 조직에 남아서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사류회는 부하들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나 봅니다?
닐
글쎄요, 과거 망리회에 있다가 랑포회를 거쳐 사류회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쉽게 신뢰할수 있는 인물은 아니겠죠. 더군다나 제 옷에 도청기까지 달아 뒀었거든요. (그가 고쳐주며 장치를 달았던 제 옷깃을 문지릅니다.)
랑포회 산주
어딘가에 뿌리를 내릴 수 없던 아이라는 뜻이겠죠. 그런 아이도 거둬주는게 사류회 아니겠습니까. 형님이시니까요. 하나 말씀드리는건 도청기건 주술이건.... 저희쪽에서는 모르는 일입니다. 적어도 제가 시킨 일은 아닙니다. 아우가 형님의 심기를 건드리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닐
이제 랑포회의 손을 떠났으니 산주님의 관할이 아니라는 뜻이군요. 틀린말은 아니네요.. 그렇죠? 아우와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건 형도 마찬가지니까요. 좋은 정보들을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일이 잘 풀릴 것 같군요. (웃으며 화답합니다. 칼날을 다시 제 옷에 집어넣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나가기 전에 잠시 그가 거짓말을 고하는 것인지 표정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산주 역시 웃으며 화답합니다. 당신이 몸을 일으킨다면 그 역시 소파에서 일어나 배웅할 준비를 합니다. 꾸벅. 머리를 움직여 인사를 합니다. 그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원치않았어도 형제의 관계를 맺었으니 그 약속을 위해 행동하겠죠. 거짓말을 고하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화를 끝마치고 나오는데 바깥이 소란스럽습니다. 아마도 1층에서 객을 맞이하는 듯합니다. 당신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길고 검은 생머리, 희게 빛나는 피부, 단정한 눈썹. 얕게 올라간 눈꼬리와 새침하게 웃는 입술.
저보다 두 배는 커보이는 장정 서넛에 둘러싸이고서도 무엇이 좋은지 명랑하게 웃는 여자. ……이상하게도, 그 장정들의 발밑 늘어진 검은 인영 사이에 그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랑포회 몇몇을 데리고 1층의 구석진 곳으로 돌아 사라집니다. 시야에서 벗어난 여자의 웃음 소리가 발목에 붙은 방울 같이 달랑거립니다.
그렇게 [듀의 집]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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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의 집]
범인도 목격자라고 할 수 있죠.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조용한 동네입니다. 해가 잘 들어오는 아파트. 이곳이 듀가 사는 곳입니다. 걸음을 옮겨 듀의 집 앞으로 가봅니다. 당신은 이곳에 자주 와봤나요? 탐사자, 행운 판정.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면 철컥철컥 소리만 날 뿐입니다. 문이 잠겨있는것 같네요. 문단속을 잘하는것이 기특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들어가봐야할텐데 말이죠.
닐
(p라고 적혀있던 열쇠를 써봅니다.)
여기에 쓰는 열쇠가 아닌가 봅니다.
닐
(창문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작은 창문이 보입니다. 주방과 연결되어 있는 창문 같은데... 탐사자, 크기 판정.
너무 작네요. 어깨에서 걸릴것 같습니다.
닐
영인씨. 혹시 철사같은게 있으신가요? 문이 잠겨있으니 열어야 할 것 같은데.
영인
철사요? 어... (주머니 뒤적) ...머리핀 있습니다. (실핀을 줍니다)
닐
고마워요. (실핀을 잘 구부려서 문고리에 넣어 돌려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성공했네요! 앞으로 사류회 신입 교육에 문따기도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영인
...대단하시네요. (눈을 끔뻑이며 닐을 봅니다.) 숙녀분의 집에 막 들어갈 수 없으니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닐
영인에게도 문따는건 나중에 알려주도록 할게요. 그럼 기다리고 있어요? (끄덕이고서 듀의 집 안쪽으로 들어가봅니다.)
작고 단촐한 집은 사람 사는 내음이라고는 조금도 나지 않는 간결하고 깔끔한 곳입니다. 그는 분명히 이 곳에 존재했었습니다. 아직까지 데워져 있는 침대 시트와 그 옆의 핏자국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드문 드문 치우지 못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어질러진 협탁 위의 옷가지와 침대 옆에 놓인 [무기들], 그리고 어질러진 서랍과 그 속에서 삐져나온 [작은 수첩 하나]. 바닥에 떨어진 [찢어진 종이] 한 장. 그리고 펼쳐지다 만 [지도].
닐
[작은 수첩]
수첩에는 난잡한 글씨로 글이 쓰여 있습니다. 평소 필체를 보았다면 그답지 않은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무엇엔가 쫒기듯이 적힌 글씨로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남겨져 있습니다.
[도저히 죽지 않아, 씨발. 좆같은 일이다.
그날 칼에 찔린 뒤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어.]
[무기들]
권총과 칼 한 자루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챙길 수 있겠습니다. 모두 사용한 것입니다. 권총은 실린더에 탄환이 들지 않아 덜걱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칼에는 누굴 베었는지 이가 다 나간 흔적들이 보입니다. 핏방울도 채 닦지 않아 손끝에 역겨운 냄새가 맴돕니다.
(무기들은 평범한 무기일까? 확인해본 뒤에 피가묻은 날을 닦고서 챙겨둡니다.)
평범한 무기입니다. 소지품에 단검, 소형 추가. 피해는 1d6 입니다.
닐
[지도]
지도에는 몇몇 군데가 동그랗게 매직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휘갈겨진 표기 위에는 숫자가 적혀 있고 화살표로 연결된 모습이 무엇인가 순서를 따르는 듯도 합니다. 모두 아는 곳들이지만… 단 하나, 다른 지역이 있습니다. [펜하 성당]. 성당 위에 마구잡이로 칠한 듯한 메모가 남겨 있습니다. 어렴풋이 읽어봅니다. ‘...테이프를 사수해라. 그것이 유일한 결백의 증거다.’
테이프..? (숫자가 적힌것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탐사자, 지능판정.
테이프? 무슨 소리일까요. 숫자는 또 뭘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닐
[찢어진 종이]
발걸음을 뒤로 하면 바닥에 놓인 종이가 밟힙니다. 마찬가지로 난잡하고 휘갈겨 쓴 글씨가 보이지만 그것은 그의 필체는 아닙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뜯어낸 것일 겁니다. 한자의 삐침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한, 배움이 부족한 것이 눈에 보이는 글씨로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네요. [신여령]. 그리고 그 밑에 듀의 글씨가 보입니다. [그 미친 여자가 일을 벌였어.]
탐사자, 지능판정.
신여령. 한 번쯤 들어본 이름입니다. 약 3년 전 망했다는 어느 작은 조직의 부산주의 이름이었죠. 조직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단한 미모가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유명한 것은 한 번 점찍은 것은 끝까지 쫒아가는 집념과 조직의 상징으로 이무기, 잉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던가요.
닐
(혹시 그때 본 검은머리카락의 미인이 그 산주였던 걸까요. 잠시 떠올려보다 핏자국을 조사하려 근처로 가 봅니다.)
탐사자, 관찰 판정
핏자국은 오래된 흔적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색을 보니 듀가 홍곤에게 찔린날 정도로 보이네요. 그리고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콘돔 껍질 하나가 보이네요. 음... 피임 중요하죠. 그렇지만 더 중요한건 청소입니다. 최근 청소를 하지 않아 발견된 것 같습니다.
닐
... (그것을 발견한 제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조금 처지는 느낌이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격앙되는 느낌. 어찌됐든 좋은쪽은 아니라는거죠. 콘돔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침대의 시트를 들추고 베게를 털어보거나, 침대 밑을 살펴보는 등 주변을 살핍니다.)
그녀는 다 큰 성인입니다. 뭐라할 수도 없겠죠. 당신의 행동에 무언가 발견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먼지만 폴폴 날리네요.
닐
(그래도 자신에게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니, 그건 나중에 듀를 만나면 얘기해보기로 하고 다른곳에는 더이상 볼게 없는지, 서랍이나 찬장등을 열어서 조사해봅니다.)
탐사자, 관찰 판정.
특이점은 없습니다. 굳이 하나 찾자면 청소 좀 해야겠네요.
닐
(화장실에도 특별한게 없을까?)
탐사자, 관찰 판정.
바닥에 흩뿌려진 혈흔, 피가 굳어있는 붕대, 의료용 가위, 진통제 약병정도만 보입니다. 딱히 특이점이 있지는 않습니다.
닐
(가위와 진통제병을 챙기고 남은 물품들을 가방에 챙겨넣습니다. 창문이나 벽지 커튼에는 별다른 점이 없을까요?)
벽지에 혈로 찍힌 손자국이 있네요. 부상 당한뒤 많이 아팠나봅니다. 벽을 짚으며 들어왔나보네요.
닐
...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에요? 듀.. (제 눈살을 좁히며 읊조리다 더이상 이곳에 볼게 없으면 바깥으로 향했을 겁니다.)
밖으로 나올 때, 문 바깥에서 사구자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탐사자, 듣기판정.
영인
...아직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 …깊어지면요? 그 새끼처럼요. 네, 죽이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네, 추적은 진행 중입니다. … … 네, 말씀하신 날까지 반드시…….
드문드문 끊겨 들리던 통화. 뚝, 전화가 끊김과 동시에 사구자가 욕설을 중얼거립니다.
닐
통화는 끝났나요?..누구랑 대화하던건지 궁금하네요. (문을 닫고 나오며 그를 바라봅니다.)
영인
오셨습니까? ...아. 산주님입니다.
닐
엿들으려던건 아닌데. 마침 나오던 중이어서 들렸거든요.. 누구를 죽인다는 건가요?
영인
제가 너무 크게 통화했나보군요. 둘러보시는데 방해를 한 건 아닐까 싶네요. (...) 당연히 듀씨 아니겠습니까?
닐
방은 잘 둘러봤어요. 하지만.. (며칠 전 보았던 그의 어깨부근에 있을 문신을 톡톡 가리킵니다.) 그 문신은, 망리회의 상징이죠? 영인이 그곳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영인
(어깨를 가리키는 손길에 미간이 움찔거립니다.) ...망리회의 얘기가 왜 나오며 무슨 연관을 찾으시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평범한 문신입니다. 아무런 연관 없습니다. 망리회의 상징이라는 소리도 처음 듣는군요.
닐
괜한 사람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특히나 당신이라면 더더욱.. 그날 처음 닐을 집에 데려다 준 날. 제 옷깃에 도청기를 설치했었죠? 그 이유를 묻고싶네요.
영인
산주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두 향주님께서 친하다는건 사류회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찾아올 수 있다며 설치하라고 하셨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저는 산주님께서 시키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닐
산주님께서 저를 의심해 시킨 일을 따르기 전에 저를 모시는 사구자이니 절 믿고 우선시 해주셨으면 해요. 미리 언질을 해줬다면 제가 이렇게 당신을 의심할 일도 없었을텐데. (기분이 조금 상한 기색을 띕니다.) 혹, 영인을 의심해서 먼저 제가 손을 썼다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거에요. 그렇죠?
영인
산주님께서 향주님을 의심하시지는 않습니다. 단지 혹시나 하는 일에 대비하실 뿐이죠. 향주님을 모시는 사구자이지만 저는 산주님의 말씀을 더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용의 머리이신분이니까요. (당신을 보며 꾸벅 사과하는듯 머리를 숙입니다.)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네. 맞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겠죠.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화로 해결해주시려 하신 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닐
산주님의 말을 따를수밖에 없는건 이해해요. 제가 걱정했던 점은 당신을 쓸데없이 의심하게 되는것이었으니까. 영인도 약속해주어서 감사해요. (그제서야 제 입꼬리를 살풋 올린 채 미소 지었을까요. 다만 그가 하는말이 사실인지 의심해볼만 했습니다. 지그시 그의 안색을 바라보며 거짓을 고하는 것인지 살폈습니다.)
머리를 숙인 탓일까요. 안색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말투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여정을 끝내고 나면 시간은 벌써 열 시가 넘어갑니다. 삭을 앞둔 달이 흐릿하게 지천을 비추지만 흩어지고 맙니다. 불길한 밤입니다. 선득한 기운이 등을 훑고 지나갑니다.
"펜하 성당"
듀의 집에서 본 지도가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랑포회의 산주는 분명히, 성당을 언급했습니다. 그말은 즉슨 적어도 성당에 이들이 감춰둔 것이 하나쯤은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느 성당이던 숨겨둔 방이나 지하실 같은 것은 하나쯤 있을 법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고, 가려진 베일을 들추려면 손을 뻗어야 합니다. 조사 가능 지역 [펜하 성당] 추가.
닐
(영인과함께 펜하성당으로 갑니다.)
발걸음이 조용히 성당으로 향합니다. 밤이 유난히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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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5. 만목수참(滿目愁慘)
마카오 서남부에 위치한 펜하 성당. 바라 언덕 위에 아름다이 지어진 흰색의 건물. 단촐하니 별다른 장식 없이 올려진 대리석들은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성직자들의 두 손과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고요한 야밤에 보는 성당이란 신의 심판을 절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우리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시선과 눈이 닿습니다. 도마뱀이 한 마리 유리창을 기어가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사라집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만인의 관광지는 조용히 어둠에 수몰되고 있습니다.
시선 끝에 머무는 것은 원형으로 머리가 조각된 울타리 너머 끊기는 지점입니다. 우거진 나무가 한켠에만 풀이 죽어 누워 있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습니다. 발자욱이 난 듯한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보이는 것은 낡고 손때가 많이 묻은, 반질하게 닳은 손잡이 하나입니다.
닐
(음산한 분위기에 서늘해진 기운을 뒤로하고 낡은 손잡이를 잡고 당겨봅니다.)
잠겨있습니다.
닐
(열쇠구멍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있습니다!
닐
(가지고있는 열쇠를 넣어서 돌려봅니다.)
쉬이 잡아당겨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돌립니다. 그러고서는 식당에서 발견한 열쇠를 꽂은 채 꾹 눌렀을 때에야 문은 객을 맞이합니다.
낡은 고서들의 내음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속이 울렁거리도록 진한 향이 타들어가는 소리입니다.
어두운 계단이 하나 보입니다. 불길 하나 없고 간간이 누군가의 발에 채여 굴러들어온 돌이 다시금 바닥으로 탁, 탁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영인
...들어가실겁니까?
닐
이쪽으로 가는 길밖에 없는 것 같으니, 아마도요? (휴대폰을 켜 앞을 비춘채로 계단을 천천히 밟으며 나아가봅니다.)
붉은 전등이 저 멀리서 혀를 날름거리며 어둠을 핥고 있습니다. 이 길목의 끝입니다.
영인
(여길 간다고?) 저는 여기서 망을 보겠습니다. (난 못 가)
닐
겁이 많군요 영인.. (작게 속삭거리며 붉은 전등을 살펴봅니다.)
붉은 전등입니다. 누군가 와서 켜둔걸까요.
닐
(누가 와서 켜둔걸까? 이곳에 사람의 인기척이 있을까요. 길목에는 별 다른점이 없는지 빛을 비춰가며 살펴봅니다.)
방 하나가 보입니다. 들어갈까요?
닐
(권총 하나를 꺼내든채로 들어가봅니다.)
보이는 것은 참혹한 풍경입니다.
새빨간 등이 잠식한 좁은 방 안. 붓으로 칠한 듯 그 위에 덧대어진 붉은 핏자욱들과 간간히 새순처럼 돋아난 피에 물든 손자욱들. 한켠에는 무엇의 내장인지도 모르도록 썩어가고 있는 짐승의 창자들이 서너 개의 양동이에 담겨 날파리가 웽웽 소리를 내며 꼬이고 있고, 질척이는 소리가 발걸음을 따라 축축히 적셔듭니다.
제 바로 발앞에는 대퇴부로 보이는 뼛조각이 탄성처럼 조각나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아직 채 굳지 않은 어린 뼈였을 것입니다. 잔혹한 풍경을 마주한 탐사자, 이성판정.
이 더러운 공간을 메우는 것은 두세개의 서랍과 영안실에서 쓰일법한 길고 낡은 철제 탁자 하나, 한켠에 세워져 있는 책장과 냉장고가 전부입니다. [서랍 1], [서랍 2], [서랍 3], [책장], [냉장고] 가 있습니다. 탐사자, 이성 -1.
닐
[서랍 1]
인간은 중요한 것일 수록 깊은 곳에 우겨넣고 숨겼다고 믿고 싶은 법입니다. 서랍 속을 뒤적이면 먼저 보이는 것은 낡은 테이프입니다. 테이프 옆면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제(祭)라고 적혀 있네요. 테이프 리더기가 없으면 볼 수 없겠습니다.
[서랍 2]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보면 그 곳에는 몇 통의 문자가 주고받아진 핸드폰이 있습니다. 문자는 가까운 이와 나눈 듯 격이 없이 편안한 어조입니다.
(핸드폰을 조금 더 살펴볼수 있을까요? 주인의 신원을 알수있는 것들 위주로.)
탐사자, 지능 판정.
이 핸드폰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상대방은 또 누구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닐
(답변자의 말투가 어디서 본 말투인가..?)
탐사자, 지능판정.
모르겠네요. 이런 말투를 쓰는 인간이 있던가?
닐
[서랍 3]
특별한건 없는 서랍입니다. 무언가 있다면 먼지 정도.
(서랍들의 안쪽이나 벽면, 뒤쪽에 특별한점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없습니다.
닐
[냉장고]
이 곳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검은색의 냉장고입니다. 냉장고를 열면…,
이건 냉장고가 아닙니다. 뒷켠으로 향하는 문입니다. 벽을 뚫어놓고서는 그것을 가리기 위해 세운 위장일 뿐입니다.
안은 며칠 간 사람이 오가지 않은 듯 먼지가 풀풀 나리고 곳곳에 지저분하게 엉킨 천으로 된 끈이 보입니다. 열자마자 맡아지는 썩은내에 절로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좁은 방에는 전원 꺼진 카메라 두어개와 비디오테이프 재생기, 그리고 브라운관이 하나 놓인 것이 전부입니다. 이 곳에서 테이프를 돌려볼 수 있겠네요.
닐
(향에 민감한 자신에게는 썩은내가 더욱 기분나쁘게 느껴졌습니다. 제 코를 소매로 가린 채 가려져있던 방을 살피기 전에 책장을 보려 움직입니다.)
[책장]
책장에는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온통 검은 표지뿐인 책들이 보입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국의 언어들로 적혀 있어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중 하나를 꺼내어봅니다. 표지서부터 불쾌감이 엄습합니다. 읽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혈맹
‘ ……피로 맺은 맹세 피로 인해 깨어진다. 삭이 뜨는 날 그분은 강림한다. 그분께 바칠 제물은 백 마리의 어린 양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피가 섞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린 양이여, 만일 살고자 하면 들으라. 백 번째 제물 된 자와 아닌 자가 의식이 치뤄지는 날 서로의 손에 피를 내고 그 속이 닿도록 겹쳐 잡아라. 그것만이 네가 살 길이다. ’
종이를 펼쳐보면 그 안에는 누군가 옮겨 적은 듯 삐뚤빼뚤하게 적힌 글씨가 보입니다. 그 글씨가 기이하게 꼬여 있어 마치 글씨보다는 그림 같습니다. 모독적인 책을 읽은 탐사자, 이성 1d3차감.
닐
(조금 머리가 어지러운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게 숨을 내뱉은 채 마저 악취가 풍기는 방으로 걸어갑니다.)
비디오테이프 재생기, 그리고 브라운관이 켜져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네요.
닐
(비디오테이프 재생기에 제 가 적힌 테이프를 넣어 재생시켜봅니다.)
느릿하게 테이프가 되감기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화면이 희게 뜹니다.
적어도 열은 되봄직한 숫자의 사내들과 한 명의 여성이 모여 있습니다. 카메라는 어느 누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그들의 몸에는 붉은색으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씌여 있습니다. 하나같이 시선이 서로 맞지 않습니다. 죽은 눈들입니다. 아직 숨이 붙어 껄떡거리는 중인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아이의 대퇴부에 새겨진, 당신의 몸에서 본 문양이 흐릿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를 둘러싼 면면을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모르는 얼굴이 태반이지만 아는 얼굴도 적어도 셋은 있습니다. 가운데에 서 있는, 어제 마주했던 묘령의 여인.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저 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사구자의 것, 셋은 죽은 홍곤의 것입니다. 상의를 벗은 탓에 그제야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홍곤의 등판에 새겨진 것은 이리를 잡아먹는 잉어(鯉)의 문신입니다. 조명에 비친 탓인지, 푸른 날이 선 것인지 모를 빛이 아이의 시체 위로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얼굴로, 목으로, 가슴으로, 그리고 명치로. 아이를 난도질하는 칼날의 빛이 서늘합니다.
영상은 중간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고함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끊은 듯 검게 어두워집니다. 이후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분명 영상 마지막에 들린 고함은 듀의 것이었습니다.
이리와 잉어. 이리와 이무기. 그 교묘한 접착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제서야 이리의 탈을 쓴 뱀 새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보니, 그 누구도 먼저 이무기와 잉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자가 없었습니다.
그 때입니다. 탐사자, 관찰 혹은 듣기 판정.
욱신거리는 통증이 당신의 뒤를 좇습니다. 뒤이어 느껴지는 것은 욱신거리는 어깨입니다. 급하게 몸을 틀어 보면 당신의 어깨에 칼이 꽂혀 있고, 뒤이어 주먹이 날아듭니다. 탐사자, 체력 -3.

system
[ 닐 ] HP : 15 → 12
예상치 못한 공격은 섬짓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을 향해 붉은 눈을 노려보고 달려오는 영인이 있습니다.
영인은 당신을 보좌하려 온 게 아니었나요? 그 때의 통화가 설마, 자신을 의미한 거였나요?
영인은 분명 당신보다 한참은 작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나온 기세인지 매섭게 달려들어 쉬이 우위에 서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몸이 벽 끝으로 밀려납니다. 손끝에 어느 이가 두고 갔을 칼이 잡힙니다.
당신의 손에 칼날이 쥐여진 것을 본 영인이 뒷걸음질치다 몸을 돌려 달아납니다. 빠르게 현장에서 도망칩니다. 채 가라앉지 않은 흥분에 심장이 거세게 요동칩니다. 그러나 머지 않은 일입니다. 단말마가 윗층에서 들려오는 것은.
닐
(총을 들고서 천천히 윗층으로 올라가봅니다.)
잰걸음으로 바깥으로 나서면 보이는 것은 바닥에 엎어져 숨이 끊어진 사구자의 모습입니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것이 확실히도 방금 전의 일입니다. 엎어진 몸은 목이 그어져 피가 흐르는 것이 보입니다. 도대체 누가?
시야에 당신의 주변으로 몰려 있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대치한 듀 역시.
검게 어둔 낯에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듀는 지난번보다는 다소 멀끔한 차림새입니다. 그 사이 집에 다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의 체스트 홀더에 걸린 총신이 빛난다는 것.
듀와 눈이 마주칠 때 그들은 조금 더 앞으로,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들의 팔에 새겨진 이무기 문양이 눈에 띕니다. 아, 신여령이 보낸 자입니다. 깊은 사실을 알아차린 당신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한순간 누군가의 손에 듀의 목이 졸립니다. 그는 버둥거리며 벗어나려 하다 반격을 시도합니다. 그 자가 손을 놓치면, 듀가 외칩니다.
듀
우선 여기부터 벗어나자. 날 도와줘.
닐
듀.. ! 괜찮아요? (그를 걱정하는 것도 잠시, 이곳을 벗어나는게 우선이라는 것을 깨닳고 제 고개를 끄덕이며 총에 탄환을 장전합니다.) ..알았어요.
전투입니다. 순서는 듀 > 조직원 1 > 조직원 2 > 조직원 3 > 닐
듀
(자신 역시 총을 꺼내 장전합니다. 방아쇠를 당겼고 총알은 조직원 1의 명치로 향합니다)
조직원 1
(아무런 피해없이 닐에게로 달려듭니다. 주먹은 닐을 향해 매섭게 달려듭니다)
닐
(주먹을 팔을 들어 막아봅니다.)
(팔을 들어 대항했지만 피해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탐사자, 체력 -1)
조직원 2
(듀에게 달려들었지만 큰 피해는 입히지 못했습니다.)

system
[ 닐 ] HP : 12 → 11
조직원 3
(닐에게 달려듭니다. 역시나 무기 대신 주먹을 휘두릅니다)
닐
(주먹을 피한 뒤에 그에게 총을 쏩니다.)
(총을 한번 더 사격해봅니다.)
듀
(자신 역시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조직원 1을 향해서)

system
[ 듀 ] HP : 13 → 12
조직원 3
(닐을 향해 다시 주먹을 휘두릅니다)
닐
(피한 뒤에 나이프를 꺼내 휘두릅니다.)

system
[ 조직원 3 ] HP : 12 → 5
닐
(조직원3을 향해 사격합니다.)
조직원 3, 전투 불능
듀
(조직원 1을 향해 총을 쏩니다)

system
[ 조직원 1 ] HP : 12 → 4
조직원 1
(궁지에 몰린듯 닐을 향해 칼을 휘두릅니다)
닐
(같이 칼을 휘둘러 반격해봅니다.)

system
[ 조직원 1 ] HP : 4 → -1
조직원 1, 사망.
조직원 2
(닐에게 칼을 들고 달려듭니다.)
닐
(칼로 맞대응을 시도해봅니다.)

system
[ 닐 ] HP : 11 → 8
닐
(조직원 2에게 총을 사격합니다.)

system
[ 조직원 2 ] HP : 11 → 3
조직원 2, 전투 불능. 전투 종료.
신여령
아깝네요. 입이 가벼워서 살려둘 가치는 충분했을텐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단아한 미인이 장정 5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진 이들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신여령입니다.
닐
.. 신여령? 당신이 망리회의 산주인가요? (제 손에 든 총을 겨눈 채 그들을 바라봅니다. 작은 소리로 제 옆에 있는 이에게 소근거리곤.) 듀.. 어떻게 하죠?
듀
(아무런 말 없이 신여령을 노려보고 있다.)
신여령
저를 아시네요? 아~ 총은 내려두세요. 싸울 생각이 없거든요. 그저 당신이 보고싶어서 왔어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닐
.. 무슨일로 닐에게? (바로 달려들지 않는것에 경계를 조금 늦추고 총구를 내립니다.) 당신은 제 몸에 생긴 문양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신여령
글쎄요... 문양이라니. 그런걸 왜 저에게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네요.
닐
당신이 제물을 모은 장본인이 아니던가요? 망리회가 믿고있는 이상한 미신따위 말이에요.
신여령
저희가 미신을 믿지만 문양은 모르는 일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사류회랑 랑포회가 그닥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죠? 랑포회도 예전부터 미신을 믿는 자가 많았고... 랑포회를 더 의심하는게 현명한 판단 아닐까요? 옆에 계신 숙녀분도 지금 랑포회의 추적을 받고 있는거로 아는데~
닐
(단순히 모르는 척 하는것일까. 별로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눈치입니다. 제 옆에있는 듀의 반응을 살피며 여령의 안색을 바라봅니다.)
듀는 그저 이를 갈며 신여령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수로 밀리기 때문에 큰 행동을 하지 않는걸까요. 신여령의 안색은 그저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인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닐
계단 아래에 테이프가 있더군요. 그곳에서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제 문양이 새겨진 아이를 살해하는것을 봤습니다. 그건 주술따위가 아니란 말인가요?
신여령
다른 이와 착각하시는거 아닌가요? 테이프 하나 가지고 그러시는건 아닌지...
랑포회의 일을 저희가 뒤집어쓰는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군요.
닐
비디오에서 본 모습은 분명히 당신이었습니다. 보기 드문 미인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곳은 과거 망리회의 주술이 진행되던 성당이죠. 그 아래에서 발견된 것들은 주술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관련되어 있는 또한 몸에 망리회의상징인 이무기 문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문신이 우연이라 하기엔 주술을 운운하는 너무 많은 이들에게 비슷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죠.
신여령
이런... 미인인게 이럴때는 도움이 안되네요~ 사실을 말씀드려야겠네요. 주술은 저희의 짓이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에 문양이 새겨진건 왜 그런지 알 수 없네요. 랑포회의 부탁으로 주술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류회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들이 섞여있었나 봅니다. 저는 사류회를 끌어들일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랑포회 때문에 일이 커지게 생겼군요. 이렇게 통수를 맞을 줄 몰랐는데. ...제안 하나 하죠. 어차피 랑포회에게 통수 맞은거 저희도 칠까 합니다. 망리회와 손을 잡으시는거 어떤가요? 아, 랑포회의 추적을 받는 우리 숙녀분의 보호도 약속하죠. 저희와 손을 잡으신다면요.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두운 이곳에서 표정을 분간하기 힘드네요. 혹은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닐
랑포회가 왜 망리회에게 주술을 부탁한거죠? 랑포회는 저희에 의해 산주가 죽음으로써 형제회를 맺게 되었죠. 악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제안이라는 말과 함께 손을 잡자는 그의 의견에 별로 달갑지 않은 기색을 보입니다.) .. 지금 저희로써는 어느쪽이 더 악질인지 잘 모르겠는걸요. (하지만 듀를 지켜준다는 조건이라면. 걸어볼만 한 내기였습니다.) 알고있는 모든 사실을 알려주신다면 생각해본 뒤에 받아들이는걸로 하죠.
신여령
그건 저희가 신경쓸 이유가 아니라서 따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신자는 언제든지 환영하니까요. 말씀하신것처럼 산주의 죽음으로 반강제로 맺은 형제회가 이유가 될 수는 있겠네요. (시선이 듀에게 향합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훑어봤죠. 금방 당신에게로 시선이 되돌아갔지만.) 망리회는 작은 흑사회 조직입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지요. 하지만 랑포회는? 크기가 더 크며 사류회의 아우 아닌가요. 칼을 갈고 있다면 더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 분명하게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이미 다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망리회는 사류회를 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저희는 보호를 해드리겠다. 주술은 랑포회의 부탁으로 행했으며 사류회를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 이정도 일까요? 아, 사류회와 손을 잡을 의사가 있다도 추가해야겠네요.
닐
(그의 말을 들으며 어느정도 속에서 생각을 끝마칩니다.) .. 그럼 좋습니다. 저희 또한 랑포회를 주의시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얼마전 망리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가 하는 말들이 사실이라면 협력하는것이 더 사류회에게도 이득일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보호받을수 있다는 명목으로써도요.) 망리회와 협력하는 것으로 하죠. 다만, 사건과 주술에 관련되어 물어볼것들이 있습니다. 주술은 본래 망리회의 것이었으니 모르는것이 없겠죠. 그것에 대해 대답해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신여령
좋은 생각이네요. 음~ 주술 관련해서는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영업 기밀과 같은거라.
닐
협력하겠다면서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는게 모순적이군요. 일단은.. 알겠습니다.
신여령
고민되신다면 더 생각해보세요.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현명한 판단 하시길.
신여령이 뒤를 돌아 떠납니다. 가벼운 발자욱 소리가 저 멀리 사라집니다. 눈앞에 피를 흘리는 이들의 시체가 밟힙니다.
잠시간의 정적은 영원히 끝이 닿지 않을 평행선만 같습니다. 그러나 미세하게 기울어진 선은 단숨에 이어붙습니다. 듀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듀
...괜찮아, 닐?
닐
.. 듀, 전 괜찮아요. (끄덕이고서 제 몸에 남은 상처들을 조금 문질러봅니다. 다시금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듀는 어떻게 생각해요? 망리회와 손을 잡는 것은..
듀
빨리 치료해야겠다, 그치? (시선이 상처들로 향했다.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너를 본다.) ...뱀을 들일수는 없지. 더군다나 용의 머리를 타겟으로 정한 뱀인데.
너무 뻔뻔하게 말해서 어이가 없더라. 저 여자 혼자였으면 바로 죽여버리는 거였는데.
닐
.. 그런가요? 역시, 믿을 수 없는 자였죠. 주술을 숨기는 것도 그렇고.. (그의 말에 손을 잡으려 했던것을 고려해봐야 할까 잠시 제 생각에 잠깁니다. 이내 살풋 웃음짓고.) 걱정되나요? 돌아가면 함께 치료하는거 어때요?
듀
영업 기밀이라고 하고 그러는데... 참나. 숨기고 싶은게 많으니 그러는거지. 당연히 걱정하지~. (너를 따라 웃었다. 그러다 함께 치료하자는 말에 눈 끔뻑) ...돌아가면? 어디로?
닐
그렇죠? 역시 저도 걸리는점이 많아요. (협력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겠다는 것으로 끝마치곤 걱정한다는 당신의 말에 눈을 접어 활짝 웃었습니다.) 닐의 집으로요~. 혹시 아직도 듀와 함께 있으면 안되는 건가요..?
듀
닐이 위험해지니까~. 나랑 있던걸 들키면 어쩌려고. (웃으며 너를 봤다.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닐. 여기는 어쩌다 온거야?
닐
.. 그런 이유였나요? 저를 따르던 사구자도 죽었고.. 가드를 세워두면 괜찮을거에요. (당신의 손을 조금씩 감싸잡습니다.) 주술에 관해 조사하다가 이 성당이 망리회가 이전에 주술을 하던 장소라는걸 듣고 왔어요. 듀는 어쩌다가 온거에요?
듀
가드가 산주님께 말하지 않을거란 보장이 있을까? (잡힌 손을 조용히 본다. 다시 시선을 돌려 너를 본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러 왔지. (잡힌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네 손을 꽉 붙잡는다.) 주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어?
닐
관련되어있지 않은자를 부르면 되죠. 친구라거나. (가벼이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삭이 뜨는 날.. 강림하는 분을 위해 백마리의 제물을 바칠때 그 백번째 제물의 목을 칼로 따야 한다는 거요. 그리고.. 제물이 된 이들에게는 몸에 제(祭) 라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것.. (마주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조금 뜸을들인채 그를 마주보았고.) 살수있는 방법 이라는게.. 뭔가요?
듀
(네 대답에 웃음만 보였다.) 그 백번째 제물이 누구일까? (그 말을 뱉으며 상의를 살짝 걷어올렸다. 옆구리에 꿰멘 상처가 보이겠지. 그리고 그 옆에 새겨진 문양도.) 살 수 있는 방법... 내가 찾아봤지만 없었어.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고 싶어.
내게 마지막 남은 기회이자 선택지야. 날 죽여줘, 닐. 네 손에 죽는게 제일 좋은 선택지 같아.
닐
.. 백번째 재물이.. 듀인가요? (걷어올라간 상체에 꼬매진 상처 옆으로 익숙한 문양이 보였습니다. 당신과 같이 제 몸에 남겨진 문양을 옷을 들춰 보여줍니다.) 닐에게도 같은게 있어요. 삭이 뜨는 날.. 백번째 제물이 된 자와 아닌자가 서로의 손에 피를내고 그손이 닿도록 겹쳐 잡아야 한대요. (적혀있던 것을 그대로 읊는 것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실인지 알리는 없겠지만. 아니, 애초에 자신이 꾼 꿈과 갑자기 생긴 문양이 믿을수 없는 일들이었지만. 이것을 믿는것 밖에는 다른 수가 없겠죠.)
(당신의 말에는 잠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 입을 엽니다.) 그런 부탁 하지 말아요. 닐이 듀를 죽이는 일은 절대 없을거에요.
듀
응. 칼에 맞고 도망치면서 알 수 있었어. 난 백번째 재물로 죽을때까지 죽을 수 없다는 걸. (옷을 내렸다. 아무것도 잡지 않은 손을 이끌어 너와 맞잡은 손의 소매를 걷어올린다. 꿰멘 자국. 이로써 자신이 죽지 않는 몸이라는걸 증명할 수 있을까.) 그걸 믿을 수 있어? 만약 거짓이라면? (너를 설득하고 싶었다. 너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할 수 밖에 없는 부탁이었다. 지금 이 사실에 대해 아는 건 너와 나. 그리고 주술을 행하려는 자들 밖에 없으니.) 하지만 죽여야하는 상황이 오면 네가 해주면 좋겠어. 주술을 행하는 인간... 그러니까. 신여령이 죽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백번째 제물이 되어 끌려간다면. 주술의 성공을 막을 일은 내가 다른이의 손에 죽는 것 뿐이야.
닐
.. 그 주술이 존재하는 한 죽지 않을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존재할거에요. 전부 믿을수 없는 얘기일 뿐이니까. (누군가가 지어낸듯한 미신과 주술. 그것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현상들이 어지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낸 만큼 탈출구도 분명히 존재할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드러낸 꿰맨 자국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죽지 않는다고 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것은 아닐텐데. 그저 상처들의 흔적을 볼때마다 제 가슴이 아파오는 느낌이었습니다.) ..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겠죠.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에게 행해달라는 당신의 말이 잔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차마 제대로 된 대답은 하지 않고서 고개만 두어번 끄덕였습니다.) .. 그럼 오늘은 함께 가줘요.
듀
이렇게 죽지 않는 몸이라는 증거가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얘기일지는... 모르겠네. 죽지 않는 방법이 정말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소매를 다시 덮었다. 더 보여주면 네게 또 다른 고통을 오래 주는 것이니까. 아프지 않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네 뺨을 쓰다듬어준다.) 희망이라면 내일 무슨 일이 있냐에 따라 다르겠지? 나를 추적하는 놈들이 계승식으로 올게 분명해. 제물의 수를 채워야할거고 나를 찾아야할테니까. 그곳에서 주술을 행하는 자를 죽이면 좋겠지만... 사람일은 모르겠네. 어떻게 될지. (끄덕이는 너를 보며 미소지었다. 이런 부탁을 했으니 네 부탁도 들어줘야겠지.) 내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으니까. 함께 갈게. (어쩌면 마지막 밤일수도 있으니.)
닐
.... 그건.. 부정할수 없겠지만.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난 만큼 죽지 않는법도 진실일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제 뺨에 닿는 따뜻한 손길에 미소지었습니다. 계승식에서 당신을 추적하는 인간들과 모든 주술에 연관된 인간들이 모일것을 떠올리니 그들을 상대할때에 제 다친 몸상태가 조금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손의 주먹을 꾸욱 쥐었다 펴고서.) ..전부 죽일수 있다면 좋을텐데. 분명히 해답은 있을거에요. (함께 가겠다는 대답에 만족한듯 끄덕이고서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뒤로 지하에서 테이프를 챙겨들고 나와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대로 성당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향했을 것이고.)
듀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너처럼 웃을뿐이었다. 잠시 너를 기다리는동안 성당안을 둘러봤다. 네가 왔을때 잡힌 손에 웃으며 너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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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6. 이미(履尾)
짹짹-...
모처럼 하늘이 맑게 개인 날입니다.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낸 자는 조용히 떠났는지 당신이 눈을 떴을때 옆자리에는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죠. 가지런하게 정리된 잠옷과 메모가 협탁 위에서 당신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상처 소독하는거 잊지말고. 계승식에서 보자♥]
*
이런 날엔 달이라도 휘영청 뜨면 좋을 일인데도 삭을 맞이한 하늘이 빛이 없이 검고 불투명합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오가는 사구자와 홍곤 몇이 보입니다. 늦은 밤에 있을 계승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곁에 따라다니던 이가 사라진 것은 제법 귀찮은 일입니다. 고 이틀 만에 습관이 들었는지 저보다 반 척은 작았던 그의 얼굴을 따라 시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라운지에서 눈이 마주친 예비 홍곤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 순수한 낯에 서린 것은 의문도, 불쾌감도 아닌 그저 궁금함입니다.
이른 밤을 맞이한 그랜드 리스보아는 서서히 건물 외각에 색색의 빛이 감돌고 있습니다. 피어날 꽃송이 모양으로 수줍게 선 호텔에는 오늘을 축하해줄 사람들이 차고도 넘칩니다. 그러나, 그들 중 아주 소수만이 당신의 선 안에 듭니다. 사류회라는 선.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형제라는 선.
산주 계승식은 가장 윗층, VIP룸에서 실시될 예정입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해 알림음을 울립니다. 아직 식이 시작하기 전인 탓인지 복도에는 멋모르고 돌아다니는 직원들이 보였고 멋드러지게 늘어진 샹들리에의 마디 마디에 조각된 크리스탈이 노오란 불빛을 받아 저를 과시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뻐끔거리며 닫히는 비상계단의 입구가 보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들어오라 유인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신은 뜯어보지 않아도 누구의 짓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닐
(비상계단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봅니다.)
과연, 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른 빛을 받고 서 있는 듀가 보입니다. 그는 결국 왔습니다. 겁도 없이, 형제를 죽인 자가 형제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듀
상처는 소독했어?
닐
네, 소독했으니 걱정 말아요. 저보단 당신이 더 걱정인데.. 메모만 남겨두고 가서 놀랐어요.
듀
했다니 다행이네~. 계승식인데 격식은 차려야할 것 같아서 옷 갈아입느라 그랬어. 미안.
닐
(당신의 옷을 바라보며 조금은 안도합니다.) 그렇구나, 알았어요.. 그런데 아직 다른 사람들은 못본건가요? (신경쓰이는 이가 있는지 주변으로 조금 시선을 굴립니다.)
듀
(걱정하는게 눈에 보이니 안심하라는듯 네 볼을 살살 쓰다듬어준다.) 그동안 잘 숨어있었잖아~. 오늘도 잘 숨어 있을게. (볼에 올려뒀던 손을 내려 네 손끝을 살짝 잡는다.) 오늘 목표 기억하지?
닐
(제 볼에 닿은 손에 조금은 안도감이 들어 제 표정이 풀어집니다.) 응.. 잘 할수 있을거에요. (끄덕이고서 이곳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 목표를 떠올립니다. 당신의 손을 깍지 껴 잡고 시선을 들었고.) 네, 망리회의 산주를 죽이는 것이죠?
듀
(표정이 풀어지면 자신도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안심시켜준다.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응. 하지만 만약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그때 뭘 해야하는지 기억하고 있어줘. (굳이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저 역시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으니.)
닐
(주술을 행하는 자를 죽이지 못하게된다면 해야할 일. 당신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가장 피하고 싶던 일이었기에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제 고개를 주억일 뿐입니다.) .. 알았어요. 하지만 반드시 성공할테니 저만 믿어요. (힘이 들어간 손을 그러쥔 채 당신의 손등에 작게 입맞췄습니다.)
문득 바깥에서 당신을 찾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개를 돌리자 듀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웃는 것이야말로 기분이 묘해지는 일입니다. 듀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당신의 손에 무엇인가를 들려줍니다. 무선 통신기입니다. 귀에 끼울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듀
가봐, 다들 찾잖아. 어차피 나도 계승식에 참여할거야.
이걸 끼고 있으면 내가 신여령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연락할게.
그러고서는 당신의 볼에 살포시 입을 맞춘뒤 올라온 길을 거슬러 아랫층으로 내려섭니다.
비상계단을 나오면 어느새 복도에는 수많은 이들이 예를 갖춘 복장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셔츠가 어색한지 멱의 옷깃을 자꾸 당기는 녀석, 새로 산 정장이라며 신이 나 옆 백지선에게 떠드는 어느 어린 녀석, 새 산주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을 눈빛에 노골적으로 녹여내며 식장을 바라보는 자들.
그들의 기대가 새 산주에게, 새로운 사류회에게 얹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니 준비해야 합니다.
*
각 잡힌 자세로 가운데를 비운 채 이열로 서 있는 사내들. 그리고 그 중심, 레드카펫 위 서 있는 자는 고작 셋에 불과합니다.
산주, 차기 산주, 그리고 어느 작은 암자에서 모셔온 노승 하나.
노승은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방언처럼 읊고, 산주와 차기 산주 사이에는 향이 꽂힌 향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느릿한 뱀의 움직임처럼 공기 사이로 미끄러져 새어듭니다.
산주 계승. 하나의 머리가 물러나고 새로운 머리가 피어나는 때. 산주가 향로 옆의 작은 잔을 들어 차기 산주에게 권합니다.
의식의 일환이었습니다. 같은 술잔에 서로의 피를 묻히고, 그 피 위에 술을 따르고, 같은 잔을 나누어 마심으로서 형제임을 확인하는 것. 사류회 뿐 아닌, 흑사회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별다를 일도 아니었습니다.
단 하나, 어긋난 것이 있었으나.
차기 산주의 손에서 미끄러진 잔이 바닥을 뒹굴더니 세 조각으로 깨어집니다.
흰 파편이 구두를 더럽히고, 붉은 피가 깨어진 조각 내로 스며듭니다. 상황을 아직 파악 못한 몇몇의 홍곤과 백지선들이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고개를 들지 못했고 차기 산주는 몸을 숙여 박살난 잔의 조각을 주워듭니다.
그리고 두어번,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명백히도 흐름은 깨어졌고 이제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너도 나도 닭마냥 고개를 처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이 시간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해둔 참이니 난데없이 처들어온 저 불청객이 호텔 직원은 아닐 거니와, 늑장부리다 지각한 사류회 사람 따위의 헛생각도 의미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곧 초혜 하나의 눈짓에 문에서 가장 가까운 사구자와 홍곤이 짝을 지어 문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짧은 소리.
신여령
지금이야.
그 말과 함께 문이 열리고, 베어집니다.
새 정장을 입었다며 자랑하던 놈의 블레이저가 두 갈래로 나뉘어 찢겼고 목이 답답하다던 홍곤은 그 목에 진득하니 붉은 목줄이 채워집니다. 반으로 갈린 문과 뒤로 넘어가는 몸 너머로 단아하고 검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합니다.
검은 생머리, 짙은 눈썹, 여전히 명랑하게 웃는 입술과 눈꺼풀에 한 겹 덧대어진 연한 붉은빛 화장까지. 그녀가 고아하고 고상한 입술로 외칩니다. 그녀의 등 뒤로 장정 여럿이 차근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여령
이무기가 승천할 날이다, 죽여!
추격 발생! 총 6칸 전진해야합니다. 신여령은 탐사자의 두 칸 뒤에서 시작합니다. 쏟아지는 인파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도주해야 합니다. 행동 지문과 기능 판정으로 턴마다 만나는 장애물을 빠져나가세요. 또한, 각 칸에서 행운 판정을 하고 이에 따라 인질을 만날수도 있습니다. 만약 인질 구출 시도 후 성공한다면 다음 턴에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추격전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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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7. 금선탈각(金蟬脫殼)
아비규환. 누군가가 스러지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시체를 밟고 앞으로 전진합니다. 피에 젖은 셔츠자락이 눈앞에서 흔들립니다.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던 놈 하나가 어디서 날아온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터진 뒷통수에서 피가 흥건히 흘러나옵니다. 그것이 매화꽃잎처럼 가지를 벌리고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듀에게 받았던 통신기에서 무전이 흘러나옵니다. 일단 거기서 나오라며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 소란과 섞여 들리는듯 했습니다. 탐사자, 행운 판정.
그 순간이었습니다. 당신 옆에 있던 홍곤 하나가 망리회 하나에게 잡히는것을 본 것은. 당신은 형제를 두고 떠날건가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닐
(망리회를 공격해 도와주는것을 시도합니다.)
탐사자, 기능 판정.
당신의 행동에 홍곤을 붙잡은 자의 행동이 잠시 멈춥니다. 그 사이 칼을 꺼낸 홍곤이 망리회를 공격하네요. 혈흔이 공중으로 흩뿌려집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당신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냅니다. 그런 그의 어깨너머로 당신을 잡기 위한 무리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닐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도망쳐요! (다시 뛰어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탐사자, 기능 판정.
당신의 다리가 움직이기도 잠시. 멱이 따인채 아래로 추락하는 남자로 인해 경로가 막힙니다. 그 사이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듀입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몸짓에는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탐사자, 제자리 유지. 남은 칸 6칸]
신여령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쓰러지는 인파를 그녀 주위의 인원들이 치워내며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이미 피가 빠져나가던 육체들이 힘없이 밀려납니다. [신여령, 남은 칸 7칸. 탐사자와의 거리 1칸.]
탐사자, 행운 판정.
힘이 빠진듯한 사구자 하나가 망리회에게 잡혀있습니다. 사구자의 목에 올라가 있는 망리회 인원의 손. 허공에 떠있는 사구자의 발.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습니다.
닐
(망리회에게 공격을 가합니다.)
당신의 공격은 망리회의 행동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버둥거리던 사구자의 손이 이내 툭. 힘없이 떨어지네요. 형제 한 명이 떠났습니다.
닐
..미안해요 형제. (점점 다가오는 신여령의 모습을 뒤로한채 다시 앞을보며 달리기 시작합니다.)
호흡이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것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생입니다. 대나무 같이 곧은 목숨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한 치 앞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이야말로 지금 가장 빛나는 생입니다. 밀려드는 이들의 수는 줄지 않습니다. 족히 눈으로 살펴도 오십 명은 넘습니다. 이 곳에 모인 사류회의 수는 스물 남짓. 저들을 온전히 밟고야 말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탐사자, 전진. 남은 칸 5칸]
신여령과 그녀 주변의 인원들이 성큼 당신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쓰러지는 시체들은 망리회, 사류회 상관없이 그녀의 힐에 찍혀 이미 깊은 상처에서 피가 튀어오릅니다. [신여령, 남은 칸 6칸, 거리 1칸 유지. 탐사자, 행운 판정]
당신 앞을 가로막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과 가까워지려는 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네요.
닐
(가까워지는 듯한 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말의 희망을 느꼈을까요. 가로막히는것 없이 계속해서 뛰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숨이 끊어진 육체가 쓰러져도 당신이 지나온 길 위로 떨어집니다. 당신 바로 눈 앞에 그녀가 있습니다. 피가 튀겨 희게 질려보이는 낯이 익숙합니다. 그의 눈에는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문득 신여령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그 년을 붙잡으라며 당신과 멀리 떨어지 않은 곳에서 소리치고 있습니다. 순간 이었습니다. 짧은 타격이 듀의 얼굴을 스칩니다. 붉게 물든 타액이 그의 입안으로부터 퇴출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둘을 막을 수는 없겠죠. 탐사자, 행운 판정.
[탐사자, 전진. 남은 칸 4칸. 신여령과의 거리 1칸]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사구자 하나를 붙잡은 망리회 인원 하나가 당신에게 달려드는 것은.
닐
(자신에게 달려드는 망리회를 공격합니다.)
듀
(달려드는 망리회가 시야에 들어찼다. 빠르게 제 단검을 꺼내 깊숙하게 찌르려 움직였다.)
망리회에게 향하는 당신의 행동. 하지만 망리회의 손에 붙잡혀있던 사구자의 옆을 스쳤습니다. 다행히 듀의 행동으로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망리회와 사구자가 당신과 듀의 앞으로 쓰러지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앞이 완전히 막힌건 아닙니다. 형제를 구하지 못한것뿐.
닐
고마워요, 듀..! (구하지 못한 형제에게 짧게 애도를 보냈습니다. 듀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와 도망치는데 집중합니다.)
당신의 발걸음은 쓰러진 망리회 인원의 위를 지나갑니다. 당신이 지나온 길을 따라 신여령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탐사자, 남은 칸 3칸. 신여령과의 거리 1칸]
당신과 가까이 있는 모두의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생을 화려히 태우는 정염의 불씨. 꺼져가는 희망에 한 줄기 빛을 느슨하게 덧대는 움직임들. 당신을 막는 자는 누구도 없습니다.
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남은 힘을 짜내어 빠르게 달려봅니다.)
당신의 발목이 잡힙니다. 쓰러져 있던 망리회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탓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초혜 하나의 도움으로 곧 끊어졌지만요. 신여령 역시 똑같은 상황인듯 했습니다. 사류회 인원에게 밀린 망리회의 덩치에 도미노가 무너지듯 신여령의 발목도 잡힙니다. [탐사자, 남은 칸 3칸. 신여령과의 거리 1칸.]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탈출구. 그렇지만 쉽게 보내줄 망리회가 아닙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곧 형제의 목을 칠 것 같은 망리회가 보입니다. 당신은 그를 막을 것인가요? 아니면 형제의 죽음을 외면한채 도망칠 것인가요.
닐
더이상 형제가 죽는걸 보고싶진 않은데요.. (망리회에게 총을 사격합니다.)
당신의 총알은 망리회가 아닌 형제를 스쳐지나갑니다. 아마 당신을 밀치며 쓰러진 사류회의 몸 때문에 조준점이 흔들렸나봅니다. 형제가 죽는걸 보고 싶지 않았겠지만... 당신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죠. 쓰러진 형제를 뒤로한채 뛰어갑니다.)
당신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당신을 막는 사람 그리고 붙잡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신여령이 당신과 듀를 붙잡으려 악을 써도 망리회의 손은 허공을 움켜쥐니다. 어느덧 듀가 당신의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탐사자, 남은 칸 2칸. 신여령과의 거리 2칸.]
닐
(제 옆을 지키는 듀의 손을 잡고서 남은 거리까지 빠르게 뛰어갑니다.)
당신의 손끝부터 온기가 흩어집니다. 잡았던 듀의 손이 멀어집니다. 당신을 둘러싸는 형제들. 면면마다, 어떤 기지가 드러납니다. 면면마다, 알 수 없는 광기가 어려 있습니다. 이 순간을 즐기는, 그리하여 오늘 죽어도 상관 없을 것처럼 살기에 더 삶에 가까운. 삶의 낮짝은 저열하기 짝이 없고, 이를 활짝 드러내고서야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상한 죽음 따위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탐사자, 남은 칸 2칸. 신여령과의 거리 2칸]
닐
(손에 온기가 멀어질수록 제 의지는 더 차오릅니다. 제 옆을 둘러싼 형제들의 낯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무엇이었을까요. 이곳에서 죽을수 없다는 생각만이 제 머릿속을 채웁니다. 다시 땅을 박차고 달리며 듀에게 손을 뻗습니다.)
몰려있는 인파에 이곳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아무리 진열을 가다듬는다 한들 두 배는 되는 망리회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웅크리듯이 모인 사류회 인원들이 흩어집니다. 그 움직임이 파도를 키웠습니다. 그러나 굽이굽이 엉킨 실처럼 보임에도 시작과 끝이 있는 길이 있습니다. [탐사자, 남은 칸 2칸. 신여령과의 거리 2칸.]
닐
(인파에 밀려 조금 주춤거리다 다시 그 사이를 파헤쳐 달려봅니다.)
몰아치는 인파가 물러서고 다가올 때 그 규칙에 맞춰 흔들리는 공간이 있습니다. 당신의 뜀박질. 듀의 걸음. 그리고 신여령의 움직임. 그 무엇하나 막힘 없이 앞을 향합니다. [탐사자, 남은 칸 1칸. 신여령과의 거리 2칸.]
닐
(뒤쫒아오는 이를 뒤로한채 가까워진 이에게 손을 뻗고 남은 걸음까지 단번에 뛰어나가봅니다.)
듀의 손 역시 당신을 향합니다. 간절한 그 손길이 듀를 잡으려는 망리회의 행동으로 막힙니다. [탐사자, 남은 칸 1칸. 신여령과의 거리 1칸.]
닐
(망리회를 밀치고서 앞으로 다시금 다리를 뻗었습니다.)
듀
이리로!
한순간 몸이 당겨집니다. 그는 앞장서며 당신의 손목을 잡고 앞으로 뛰쳐나갑니다. 이 실타래의 끝은 그와 방금 전 마주했던 비상계단입니다. 그는, 비상계단을 통해 위로 도망칠 생각입니다.
철제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너머로 두 사람이 도망치는 현장을 발견한 이들의 비명소리가 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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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8. 결말(結末)
그랜드 리스보아.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그리고 가장 화려한 도시 속 야경의 중심지. 그곳에 네가 서 있습니다. 그 곳에, 너와 내가 서 있습니다.
뛰쳐나온 탓에 벅찬 숨이 턱밑을 때리면 방어하듯 가슴팍이 오르내립니다. 그러나 힘이 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것은 별처럼 반짝이던 불빛의 향연 탓도, 오래되어 낡아버린 녹슨 향기가 나는 마천루의 탓도, 그도 저도 아니라면 비릿하게 입안을 적시는 확신의 탓도 아닙니다.
너는 그 불빛들을 등지고 서 있습니다. 작은 별들이 너의 등 뒤에서 뭉그러집니다. 듀는 일그러진 웃음을 짓습니다. 그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밤하늘 위, 우리는 단 둘이 존재합니다. 삭의 하늘이란 어두워서 내가 선 곳이 유리인지, 밤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듀
드디어 마지막이야.
숨을 밭게 내뱉는 것은 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서야 알 것 같습니다. 너는 줄곧 마지막을 준비해왔습니다. 가장 화려하게 터트릴, 추락할 때 가장 아름다운 끝을.
손끝에 땀이 고여 미끄러집니다. 유려한 총신은 계속하야 아래로 추락합니다.
아래로, 아래로.
나의 손바닥으로, 나의 손마디로, 나의 손끝으로.
그것은 시작의 불발탄입니다. 터져야 할 때를 놓쳐 온몸을 웅크리고 있는 화약입니다.
듀
결국... 이 선택을 해야겠네.
너는 피어나는 꽃. 생을 맹렬하게 좇아 피어나고 한순간에 져버리는 불길. 불길을 삼킨 채 네 속으로 타들어갑니다. 결국 그리하야, 생을 장작 삼아 제 연기를 피워냅니다.
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빛이 어두워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요. 듀는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냅니다.
그러고서는 들려오는 짧은 장전음.
바람이 찹니다. 코끝이 시린 기분이 드는 것은 분명 결(結)의 탓입니다. 죽음이 그 음울하고 이지러진 얼굴을 눈앞에 들이밀고 귀(鬼)처럼 좌우로 흔들어대며 낄낄거리고 웃는 것입니다.
총신은 명확히도 듀를 향합니다. 듀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웃습니다. 이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나요?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러나 빈 실린더는 째깍, 짧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에 바쁩니다. 그는 이것이 장난인 양 웃습니다. 이곳이 도박판이라면 너는 방금 네 운명을 걸었다는 걸 알면서도.
발자욱 소리가 등 뒤에서 겹칩니다. 닫혀 있는 문을 부술 듯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빈 총을 바닥에 던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는 당신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섭니다. 데자뷔. 어느날 보았던 노란 가로등 아래에서의 네 표정처럼 너는 구겨져 있습니다.
듀
조직의 규율 하나. 형제를 죽인 자는 죽음으로 댓가를 치뤄야 한다. 나는 아직 형제를 죽인 년이야. 신여령을 죽이기에는 사류회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어떻게 할까, 닐?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닐
그 자는 망리회라고 했잖아요. 형제를 죽인게 아니에요, 이무기를 잡았던 것 뿐이지. 그러니 당신이 댓가를 치룰 필요는 없어요.
혈맹의 내용을 이러했죠. 백마리의 어린 양을 제물로 바쳐야 하나 그분께서는 피가 섞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살고자 한다면 백번째 제물 된 자와 아닌자가 서로의 손에 피를 내고 그 속이 닿도록 곂쳐 잡아라.. 이게 진실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죽는것보단 나을거에요.
듀
만약 거짓이었다면 그 뒤에 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을거야.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파도가 휩쓸고 들어올 것 같은 소리가 제 귓가에 울린다. 다시 너를 바라본다.) 그래도 괜찮겠어?
닐
..듀를 제 손으로 죽이는게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최악일거에요. (제 흔들리지 않는 시선은 이미 결심한듯 했습니다. 당신이 선물로 주었을 나이프를 꺼내어 제 손에 피를 냅니다. 그 뒤에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고.) 자, 듀는 준비 됐어요?
듀
(너에게 했던 부탁. 이기적인 부탁이었고 네 말대로 너에게 최악의 미래를 안겨줄 부탁이었다. 시선을 마주한다. 곧 느릿하게 움직여 네 손에 들린 칼로 향했고 손이 그 칼날을 움켜잡았다. 칼날이 살을 파고 드는것이 느껴진다. 그럴때마다 뜨거운 혈이 울컥 흘러나와 땅을 적시겠지. 그 손을 네 앞으로 가져간다.) 너와 함께한다면 항상.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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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4. 천망희희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
가장 높은 곳, 이 곳에서 모든 것이 무너진다.
두 개의 손이 겹쳐집니다. 흐르는 피가 서로의 것에 얽혀 엉깁니다. 축축하게 젖어든 핏방울이 아래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집니다. 팔을 타고 흘러내려 이야기의 방점을 찍습니다.
천망희희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
누군가 말했던가요. 하늘이 미워하는 바는 하늘만이 알 것이니, 그 성긴 그물에서도 분명 걸려드는 이 있으리라고.
어둡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집니다. 등 뒤에서 터지는 축포 탓입니다. 하늘을 점점이 수놓은 불빛들이 서로 중심으로부터 멀어질 때 어디선가 기괴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짐승의 것이라기엔 사람 같고,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너무 낮은. 지저 깊이 울려퍼지는 목소리. 높디 높은 건물이 진동하도록 땅이 흔들립니다. 땅 아래 웅크려 잠들었던 이무기가 요동칩니다.
그리고 전율합니다. 심박이 급격히 빠르게 뜁니다. 의식하기도 전에 저릿한 감각이 팔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듀 스토로즈, 그의 몸에서 한 차례 푸른 빛이 감돌고 비산합니다.
분명 삭이었을 텐데, 달이 구름을 헤치고 얼굴을 드러냅니다. 은빛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성공했습니다.
뜯어진 문이 우그러드는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장정 예닐곱 명이 각자 총이니, 칼이니 하는 것을 들고 달려듭니다. 우리를 잡기 위해 손부터 뻗습니다. 그 중심에 신여령, 그녀가 있습니다. 다급히 달려오는 손에는 푸르스름한, 그 익숙한 그림이 새겨진 칼날이 들려 있습니다.
의식은 실패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뱀의 머리를 베어야 할 차례입니다. 듀가 당신의 손을 붙잡으며 말합니다.
듀
마지막은 네게 맡길게. 저 여자의 목을 베어줘.
닐
(듀에게 미소지으며 화답합니다.) 맡겨주세요. (달려오는 이들에게 총을 쏘고, 손을 베었던 나이프를 여령에게 향해 그의 목을 베려 움직입니다.)
붉은 선이 그녀의 목에 그어집니다. 목을 부여잡는 그녀의 두 눈이 커집니다. 그녀를 따라온 자들이 다급히 붙들지만 숨 넘어가는 소리만이 메울 뿐입니다. 그녀는 끝끝내 듀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떨굽니다. 머리를 잃은 뱀의 몸뚱이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우왕좌왕 흩어집니다.
어느새인가, 당신 곁에 듀가 다가옵니다. 그 어느때보다 밝은 표정. 생을 다시 선사받은 자의 환희입니다. 그가 죽은 신여령의 몸을 발로 툭 걷어차며 중얼거립니다.
듀
이제 모든 게 끝났어. 이곳은 무너졌어. 그러면 남은 건 내 처분이겠지.
어떻게 할 거야?
그의 말에 작은 미소가 번졌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떻게 할까요.
형제로서 형제를 죽인,
그리고 형제로서 기어들어온 뱀들을 벤.
듀 스토로즈.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것은 너와 내 생이 만들어낸 결말.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머리를 간지럽히고 지나갑니다. 어느새 희게 뜬 달이 우리의 머리 위를 가늘게 비추고 있습니다.
듀
사랑해, 닐.
이 이야기의 종장(終章)은, 기쁨입니다.
DUE STOROZ 생존 || NIL 생존
주술은 실패하고, 망리회는 몰락합니다. 듀는 당신의 도움으로 배신자라는 누명을 벗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닐? 이제 당신의 곁에는 듀가 남아 있고,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후일담(後日談)
사류회, 그리고 랑포회. 한동안 두 조직 간에는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산주 계승식에 쳐들어오는 일은 본 적도 없거니와, 겪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명백히 사류회를 적으로 돌리는 행동에 내부에서는 무엇이 오가는지 기록할 수도 없는 수많은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어느 누군가는 랑포회를 아니꼽게 생각했을 것이고, 더 강경한 이도 있었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화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의 일이 어찌 되었는지는 길게 늘여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닐, 당신이 발견한 테이프를 산주께서 거둬가셨고, 보셨으며, 듀의 누명은 벗겨졌습니다. 새로운 산주가 오른 이상 사류회는 빠르게 이번 일을 수습하고 동력을 확보해야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관광지 한복판에서 벌어진 두 조직간의 마찰로 인해 공안이 눈에 불을 켜고 사류회와 랑포회 모두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랑포회 산주
미안합니다.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은 랑포회였습니다. 아우가 형을 모시는 예를 갖추어 사류회의 사무실로 찾아와 제 새끼들을 단도리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조아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랑포회는 몇 가지 보상안을 사류회에게 전했습니다. 적어도 카지노 두엇을 굴릴 만한 물질적 지원을 포함한 그밖의 것들이 모두 사류회의 것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평화입니다. 사류회는 형으로서 아우의 잘못을 눈감아주기로 했으므로. 랑포회는 재물과 사람을 바쳐 자신들을 지켜냈으므로.
그러나.
모래 위 성은 그 뿌리를 흔들면 무너지며, 이리떼는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니 다시 이를 드러낸다.
어느 누구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이 가녀린 얼음 조각 같은 평화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은.
어느 누구도 꺼리지 않았습니다. 이 무지한 평화가 지나고 다시 시작될 기나긴 난전을.
END.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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